삼성반도체 하청노동자, 질환 속출에도 ‘산재신청’ 못해
노조쪽 “회사가 산재신청 저지” vs 사쪽 “사실과 달라”
삼성전자 하청업체가 원청과의 계약 유지를 의식해 산업재해 신청을 저지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동자들은 이재명 대통령의 현장 방문을 촉구한 반면, 회사쪽은 노조 주장이 사실과 다르단 입장이다.
산재 신청 노동자 2.9%만 처리
명일 “법과 원칙에 따르고 있다”
서비스일반노조 명일지회는 6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통령에게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 방문을 촉구했다. 명일 사쪽이 원청과의 1년 단위 도급계약 갱신을 이유로 노동자들의 산업재해 청구를 제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회에 따르면 명일 노동자들은 작업량 대비 적정 인력 투입이 되지 않으면서 과로에 시달리고 있다. 하루 12시간 교대근무와 3만보를 초과하는 과도한 노동 탓에 근골격계 등 질환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회가 사내 노동자 68명을 대상으로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 75%가 근골격계 질환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51.5%는 현재 담당 업무가 신체적, 정식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산업재해 처리를 요구한 응답자는 2.9%에 불과했다. 산업재해 처리 미요구 이유로는 △계약직 신분으로서의 계약갱신 거절 부담 △노동자들의 소극적인 대처 △회사쪽의 개입 등을 꼽았다.
반면 명일 관계자는 “회사는 노동자의 산업재해 관련한 사안은 법과 원칙에 따라 사소한 부분까지 관리하고 있다”며 “오히려 산업재해 신청 절차를 안내하고 독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정맥류·관절염 등 호소
지회 “대통령이 삼성전자 방문해야”
이러한 결과는 명일이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드러났다. 지회에 따르면 앞서 명일은 지회 간부에 대한 노동위 징계해고 구제신청 조사 과정에서 노동자들의 질환 관련 자료를 취합한 자료를 제출했다.
‘15라인 운반 직원들의 질병 현황’이란 제목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15명의 질병환자가 발생했다. 환자들은 △하지정맥류 △발바닥근막염 △슬관절 퇴행성 관절염 △장경골 띠 증후군 △비골건염 등을 진단받았다. 지회는 15라인 외에도 16, 17라인을 포함해 최소 60여명이 질환에 대한 소견서와 진단서 등을 제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지회는 명일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동일한 유해요인으로 급성중독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직업성 질병자가 1년 이내에 3명 이상 발생할 경우’를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지회는 명일쪽에 △산업재해자 현황 정보 공개 △산업안전법 규정에 따른 위험성 평가 실시 여부와 객관적 실태조사 실시 요구 △건강검진 방안 등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냈지만, 사쪽 회신은 없었다. 이에 관해 명일 관계자는 “본사로 정식적으로 접수된 바 없다”며 “구두 요청은 있었지만, 질환자는 개인정보로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지회는 “삼성전자와 하청사 명일은 반도체산업 종사 노동자들이 과도한 걷는 노동에 따른 건강권 침해에 대한 개선의지가 없다고 판단한다”며 “이 대통령의 삼성전자 직접 방문과 하청노동 실태에 대한 문제해결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