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2·3조 개정에
1. 이재명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노란봉투법이라 부르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에 돌입했다. 법안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번에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다면 그 어느 때보다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번번이 개정에 실패했다. 이재명 정부에선 대통령이 법안을 거부할 리 없을 테니 이제 드디어 개정하게 되는 것이겠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필리버스터로 방해를 작정한 상태여서 본회의 통과 시기를 예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정부 여당의 의지만 변하지 않는다면 확실히 입법될 것이다. 이렇게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앞둔 상황에서 나는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하면서 살아가는 자로서 소감 한마디 없을 수 없다. 감격해서 환호성을 지르며 이번 노란봉투법의 입법 추진을 적극 반긴다고 말해야 하는지는 아직 나는 결심하지 않았다. 이번 입법 추진을 두고서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진보정당 등과 함께 지난달 28일 국회 앞에서 노조법 2·3조 개정안 후퇴 저지 및 신속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했다. 그동안 노란봉투법 입법을 위해서 운동해왔던 단체들이 참여한 기자회견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법안에 대한 불만을 표하면서 신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사용자 간주조항 누락 등 법안 내용을 지적하면서, 한국경총 등 사용자 자본의 거센 반대에 입법 추진이 지연될 것을 염려해서 정부 여당에 신속한 입법 촉구를 하고 있었다. 이렇게 조직된 노동자를 대표하고 있는 노동단체까지 불만과 함께 입법 촉구를 하고 있는 법안이니 무작정 노란봉투법이라고 환호할 것이 아니다. 추진 법안을 구체적으로 앍어보고서 나는 소감을 말해야겠다.
2. 이번 노조법 개정안은 지난달 28일 환노위가 대안 법안으로 마련해 통과시킨 것이다. 과거 윤석열 정권에서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좌절됐던 그 법안 그대로는 아닌 것이다. 그러니 환노위가 마련한 대안 법안인 노조법 개정안의 내용을 자세하게 읽으면서 말해보자.
먼저 이번 법안에서는 노조법 2조2호 후단을 신설해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사용자로 본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환노위는 “다면적 노무제공관계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사용자는 형식적인 계약관계의 부존재를 이유로 단체교섭 등의 사용자로서 책임을 회피하고,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는 근로조건을 개선할 권한과 능력이 없어 근로자들의 노동 3권이 사실상 형해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대안의 제안이유를 밝히면서 이 신설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법안의 내용 및 제안이유는 새롭지 않다. 이미 윤석열 정권의 거부권 행사로 좌절됐던 법안 그대로이니 말이다. 대법원 판례가 하청노동자의 노조법상 사용자로 원청사용자를 인정하면서 판시했던 법리를 가져와 노조법에 규정하는 입법인 것이라서 어찌 보면 특별히 논란이 될 것도 없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나라에서는 그렇지가 않았다. 마치 하청노동자의 파업투쟁으로 원청 회사가 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사용자 자본은 입법에 반발해왔다. 그런데 이렇게 사용자가 대법원 판례로 판시한 것을 입법하는 것을 두고서 반발하는 것을 보면, 이 나라에서는 입법을 통해서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규정 내용과 관련해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인지를 두고서 입법되더라도 계속적으로 사용자들이 시비할 것으로 보인다. 명백하고 단호하지 못한 규정이 아쉬울 뿐이다.
그리고, 개정안에서는 노조법 2조4호 라목을 삭제하고 있다. 환노위는 “현행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노동조합을 부정하는 요건으로 규정해 노동조합 설립이 쉽게 방해되는 부당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고 제안이유를 밝히고 있다.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으로 보지 않도록’ 한 현행 규정을 삭제하고자 하는 것이다. 환노위는 이를 통해서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 다양한 일하는 사람의 단결권을 보장하고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기구의 권고를 따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지극히 잘된 입법이라고 칭찬하고 싶다. 노조법상 근로자 지위를 두고서 사용자들이 시비하는 경우 말고도, 그동안 이 규정 때문에 노동자들이 노동조합 활동에서 커다란 방해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해고자 등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고 사용자들은 단체교섭을 거부하면서 정상적인 노조로 취급해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해고자 등의 가입을 이유로 노조법상 노동조합이 아니라며 법외노조 통보했던 사례까지 있었다. 이를 통해서 그 해악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알 수 있다. 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조직하는 단체다. 해고자 등을 조합원으로 하겠다고 규약을 통해서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해고자 등만이 아니다. 단 한명이 근로자 아닌 자가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고 해서 노조 자체를 노조법상 노조로 취급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으니 그걸 법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폐지가 답이다. 삭제를 적극 환영한다.
또한, 이번 법안에서는 노조법 2조5호 노동쟁의를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근로자의 지위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의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및 92조2호 가목부터 라목까지의 사항에 관한 사용자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으로 인하여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가 확대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환노위는 입법의 제안이유에서 “현행법은 그 목적에서 ‘근로조건의 유지·개선과 근로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의 향상을 도모’하도록 돼 있음에도, 법은 노동쟁의의 대상을 ‘근로조건의 결정’으로만 비좁게 한정하고 있어, 근로자의 지위를 포함해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는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등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쟁의행위를 할 수 없게 되는바, 다른 국가들과 비교할 때 좁은 쟁의행위 범위만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한마디로 정리해고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조정 등에 대해서도,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 등에 대해서도 노동자들이 쟁의행위를 할 수 있도록 노조법상 노동쟁의의 정의규정을 개정하겠다는 것이다. 지극히 타당한 방향이다. 그 제안이유와 같은 취지로 입법, 시행되기를 적극 바란다. 그동안 노동자에게 가장 중요한 근로조건인 고용에 관한 것임에도 사용자의 정리해고에 대해서는 쟁의행위의 대상이 아니라며 노동자의 파업을 불법으로 취급했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직후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에 맞서 노동자들이 고용을 지키기 위해서 파업, 투쟁했다. 당시 이 나라 법원은 그 투쟁에 대해서 불법과 범죄로 책임을 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사용자들의 대규모 정리해고와 고용 불안을 초래하는 기업 구조조정에 법적으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당시 수많은 노조위원장 등 노조간부들과 적극적으로 투쟁에 참여했던 조합원들은 형사처벌까지 당하고 해고 등 징계를 받아야 했다. 심지어 상여금 등 임금을 체불해서 이에 항의해서 체불된 임금을 달라고 파업한 것을 두고서 업무방해죄로 처벌하고 징계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1998년 5월초 만도기계 노조 파업투쟁은 체불된 상여금 400%를 지급하지 않아서 돌입했던 것인데도 불법파업으로 처벌받았다. 당연하게도 이 나라 노동자들은 쟁의행위의 목적 내지 대상을 제한하고 있는 노조법을 비판해 왔다. 이에 대해서는 당시 민주노총 금속산업연맹과 금속노조 법률원장으로서, 만도기계사건 등 수많은 형사사건애서 파업투쟁한 노동자를 변호하면서 변호사로서 수도 없이 법정 안팎에서 주장했었다. 그런데 입법된다니 기쁘다. 물론 완전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일부 사용자의 단체협약 위반에 대해만 포함하고, ‘결정’이란 표현을 그대로 존치시켜 이른바 권리분쟁은 원칙적으로 노동쟁의의 대상에서 재외하고 있으니 말이다. 기쁘지만 이번 입법에 나는 박수를 쳐줄 수는 없다.
3. 이상이 노동조합에 가입해서 쟁의행위 등 활동할 자유에 관한 노조법 개정이다. 여기에 법안은 불법쟁의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제한하는 노조법 3조 개정 부분도 포함하고 있다. 법원이 공동불법행위에 대한 부진정연대책임 법리를 노동자의 쟁의행위에 적용함으로써 노동자가 거액의 손해배상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커다란 문제가 됐다. 이러한 문제를 노동자의 파업 등 쟁의권 보장 등으로 고려해서 입법으로 바로잡고자 한 것이다.
이러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기 위한 입법 방향에 관해 일부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른 것이긴 해도 그동안 나는 전적으로 지지하지 않았다. 노동자의 파업 등 평화적인 쟁의행위에 대해서는 불법과 범죄로 취급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나는 주장해왔다. 원칙적으로 책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불법과 범죄로 취급되지 않는 입법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나는 밝혀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입법과 같이 단순히 불법쟁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을 넘어서 노동자들의 파업 등 쟁의행위가 원칙적으로 불법으로 취급되지 않는 입법을 해야만 한다. 이렇게 본다면 이번에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노조법 2·3조 개정만으로는 대한민국 헌법이 노동자의 자유로 보장한 단결권, 단체교섭권, 무엇보다도 파업 등 단체행동권의 행사를 보장하는데 부족하다. 노란봉투법이 입법, 시행돼도 이 나라 노동자는 노조법에 의해 파업 등 쟁의행위는 주체, 목적(대상), 시기와 절차, 수단과 방법의 규제를 받으면서 원칙적으로 불법과 범죄로 취급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상과 같이 이번 입법 추진을 살피고 나니 분명히 알 수 있다. 노동자의 자유, 단결해서 파업 등 단체행동할 자유를 빼앗는 노조법을 그대로 둔 채 이 나라에서 노동자의 쟁의행위 보장 운운하는 건 기만이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