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노동자 임금갈취 논란 “양구군이 책임져야”

피해노동자 91명 노동청에 진정 … 양구군 “조사 결과 따라 조치할 것”

2025-07-30     이용준 기자
▲ 피해 노동자들이 탄원서를 작성하고 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이주노동자단체가 강원도 양구군 필리핀 계절근로자 임금 갈취 사건 관련 노동청에 진정을 내고 양구군에 책임 이행을 촉구했다.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는 30일 필리핀 계절노동자 91명과 함께 고용노동부 강원지청에 임금체불 진정을 제기했다.

노동자들은 강원도 양구군과 필리핀 팡길시·파에테시의 ‘계절근로 프로그램’에 참여해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양구 지역 농가에서 일한 노동자들이다. 이들은 민간 브로커(불법알선업자)가 계절노동자 제도 원칙을 어기고 수수료를 갈취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자는 이들을 포함해 약 1천명에 달한다.

법무부가 시행 중인 계절근로 프로그램은 한국 지방자치단체와 송출국 지자체가 업무협약(MOU)를 맺고 이주노동자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양 지자체의 직접 운영을 원칙으로 하며, 노동자 모집·선정·송출 과정에서 외부 민간단체나 개인의 개입·알선을 금지하고 있다.

양구군 계절근로 프로그램에 개입한 브로커는 노동자들에게 기본 수수료 144만원(6만페소)과 5개월 근무 후 기간 연장시 매월 24만원(1만페소)을 갈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브로커는 노동자들이 임금을 필리핀으로 송금한 뒤 다시 수수료를 수령하다가, 지난해부터 수수료 전액을 고용주인 농가가 임금에서 공제해 직접 송금하라고 요구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이렇게 2년 동안 갈취한 금액이 약 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임금 공제를 통해 수수한 금액은 약 12억~13억원으로 보고 있다. 근로기준법 43조1항 임금 직접지급 원칙을 위반한 사안으로 체불임금에 해당한다는 게 협의회 주장이다.

필리핀 정부는 해당 사안을 조사한 뒤 프로그램을 중단시켰다. 그 뒤 노동자들도 위법 사실을 인지했고, 지난 5월 양구군수와 양구군의회에 브로커 개입 조사와 고용주에 의한 체불임금 환수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양구군농민회과 군의회도 6월 양구군에 책임을 촉구했다. 농민회는 양구군에 브로커 개입 정황과 공조 의혹을 밝힐 것을 요구했고, 군의회는 진상조사와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해 양구군·법무부·노동부에 송부했다.

협회는 양구군과 정부에 △전체 피해 노동자 체불임금 지급 △재고용 조치 등을 요구하고 있다. 양구군쪽은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해당 사건은 현재 경찰 수사와 법무부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조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