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법 개정안 톺아보기 ②] 정리해고 반대 파업 가능, 손배 제한 폭 좁지만 ‘묻지마’ 방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3조 개정은 사실 노조법 개정 요구의 본령이다. 2014년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에게 가혹한 47억원 손해배상 판결이 이어진 내려진 뒤 한 시민이 노란봉투에 4만7천원을 담은 노란봉투를 보낸 데서 ‘노란봉투법’ 명칭이 유래했다.
이번 3조 개정 내용은 노란봉투를 노동자에게 건넨 시민들의 기대에 흡족한 수준은 아니다. 노동계와 각계가 머리를 맞댄 노조법 2·3조 개정 운동본부가 제안한 ‘원안’과 비교하면 미흡한 대목이 많다. 파업에 따른 사용자의 손해를 배상하는 책임을 개별조합원에게는 묻지 않기로 하는 내용 등이 대표적으로 누락된 조문이다. 법률가들은 이번 개정을 대체로 노동자 파업과 관련한 그간 사법부의 축적된 판례를 성문화한 수준으로 본다.
선전전·피케팅 따른 사용자 ‘손해’는 배상 대상 아냐
정리해고·구조조정 반대 파업, 단협 위반 저항 파업 가능
현행 노조법 3조는 단출하다.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 노조 또는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는 규정이다. 역설적이게도 현실에서는 이 법 밖의 교섭과 쟁의에 손배를 제기할 수 있는 근거조항으로 작동했다. 기존의 노동쟁의(노조법 2조5호)가 “임금·근로시간·복지·해고 기타 대우 등 근로조건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분쟁상태”로 협소했던 탓이다.
지난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3조 조문 일부를 수정해 “그 밖의 노조 활동”을 손배 청구 제한 대상에 추가했지만, 법률적으로 큰 의미를 두긴 어려워 보인다. 그 밖의 노조활동은 교섭과 쟁의 범위에 포함하지는 않지만 사용자쪽의 행위에 항의하는 피케팅이나 선전전 등을 포괄한다. 이런 대목은 기존의 노사관행에서도 손배를 청구할 대상으로 여기지 않았다. 다만 조직화 초기의 노조가 선전전을 하거나 조합원 가입을 확대하기 위해 펼친 활동들을 경영권 침해라며 방해하던 행위는 이 조항에 따라 규제받을 여지가 있다.
환노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노동쟁의 대상 범위에 현행과 비교해 ‘근로자의 지위’에 관한 근로조건 결정과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경영상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까지 확대된 것은 눈에 띈다. 부당해고나 임금체불 같은 권리분쟁까지 쟁의행위 대상이었던 지난해 환노위 대안보다는 범위가 축소됐다. 다만 2008년 정리해고 반대 쌍용자동차 파업처럼 그동안 불법으로 간주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사업통폐합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딱지를 뗄 수 있게 됐다.
불법파견 등 기업범죄 대항 파업도 배상책임 면제
보다 눈에 띄는 것은 신설된 3조2항이다. “사용자의 불법행위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 이익을 방위하기 위해 부득이 사용자에게 손해를 가한 노조 또는 근로자는 배상 책임이 없다”는 조문이다. 민법상 정당방위 원리를 끌어온 조문이다. 노동부는 “침해 행위의 현재성과 중대성이 인정될 때 대항하는 노조 행위에 대해 배상책임을 면책하는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넓게 해석하면 불법파견 같은 기업범죄에 대한 대항행위로서의 파업에도 적용할 수 있다.
실제 판례가 있다. 2018년 서울중앙지법은 CJ대한통운이 분류작업을 거부한 택배노조 조합원을 대신해 직영 택배기사를 분류작업에 투입했다가, 노조가 이를 막아서자 15억9천924만원을 배상하라고 낸 소송에서 노동자쪽 손을 들어줬다. 당시 법원은 “생계 수단을 뺏긴 데 대한 항의의 일환”이라고 판시해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이번 개정안은 3조3항에 개별 노동자에 대한 손배 책임비율을 정하는 기준을 6가지로 구분해 담았다. 노조에서의 지위와 역할을 비롯해 △쟁의행위 참여 경위와 정도 △손해 발생 관여 정도 △임금 수준과 손배 청구액 △손해 원인과 성격 △그 밖의 사항 등으로 이 역시 법원 판례를 종합한 내용이다.
‘억지 손배소’ 취하에 ‘배임’ 안 묻는다 재확인
이 대목에서 신설된 노동자의 손배 감면 청구권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감면 청구권은 민법 765조에 형성된 권리다. 배상으로 생계가 어려울 때 감경을 할 수 있는 권리다. 이번 노조법 개정에서는 “법원은 배상의무자의 최저생계비 보장 및 존립 유지 등을 고려해 감면 여부 및 정도를 판단”하도록 해 사법부에 감면 여지를 검토하도록 의무화했다. 신하나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감면 청구는 재판 과정에서 이뤄지게 되며 최종적으로 법원이 책임비율을 정한 뒤 감면 청구권에서 요구한 조건을 바탕으로 감면하는 방식”이라며 “기존에도 생계 사유 등의 감면은 이뤄졌으나 법관 재량이었던 대목을 판결시 점검해야 할 요소로 격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 그 밖의 노조 활동으로 인한 노조 또는 근로자의 손해배상 등 책임을 면제할 수 있다”고 명시된 3조의2 개정은 사용자의 손배 청구 취하시 배임 등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일종의 확정조문이다. 현행법상으로도 사용자가 노조와 노동자에게 제기한 손배 청구 취하가 가능하나 일부 사용자는 손해에 대한 손배를 추진하지 않으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며 이를 거부해 왔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470억원 손배소 등이 해당한다.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는 “허울뿐인 배임 우려를 종식하는 의미의 조항”이라고 설명했다. 사용자쪽이 의사결정만 하면 되는 내용이라 부칙을 통해 소급효를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