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를 되찾는 싸움’ 노조법 2·3조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을 두고 연일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노동절을 맞아 SNS를 통해 “노조법 2·3조를 개정해 교섭권을 강화하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로 인한 고통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개정의 핵심 쟁점은 노동자 정의 조항 확대, 원청의 사용자 책임 구체화, 개인 손배 금지다.
재계는 법을 개정하면 기업 운영에 어려움을 줄 것이라고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 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잃어버린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권리투쟁이자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는 내용일 뿐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권리투쟁의 성격을 갖는다. 헌법 33조가 보장하는 노동 3권과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이 명시한 노동자의 기본권을 실질적으로 보장받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계가 새로운 이념을 확산시키려는 투쟁이 아니라, 이미 헌법과 국제협약으로 확정된 권리를 현실에서 온전히 행사하기 위한 권리투쟁이다.
재계의 우려는 기업이 노사관계를 그동안 어떻게 인식해 왔는지에 대한 자기 고백일 뿐이다. 우려를 듣기 전에 노동계가 왜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지 물어야 한다.
대기업은 경쟁과 빠른 사업 전환이라는 명분 아래에서 비정규직을 늘려 왔다. 사내하청·파견·기간제 등 다양한 고용형태로 노동자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지워 왔다. 나아가 최근 플랫폼 기업은 일감을 준다는 명분 아래 일을 시키고 있는데도 노동자라고 보지 않고 그 지위마저 없애 버려 수많은 책임에서 회피하고 있다.
2018년 한국서부발전 김용균 노동자 사망 사건도 마찬가지다. 그 이후 노동계의 노력으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는데도, 같은 곳에서 또 다른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결국 원청 기업들이 자신의 책임을 지우는 동안 노동자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것이다.
정당한 파업인데도 개인에게 천문학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시민단체 손잡고가 2022년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의 90% 이상이 노동자 개인에게 전가되면서 노조활동을 넘어 개인의 삶마저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파업으로 47억원의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뒤, 조합원들을 돕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보내면서 ‘노란봉투 캠페인’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재계는 대부분 파업을 불법파업이라고 말하지만,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임을 우리와 시민들은 알고 있었다. 기업은 항상 경영상 어려움을 핑계로 정당한 파업을 불법화하고 있을 뿐이다.
나아가 중요한 것은 노동자들이 파업하는 이유는 제대로 묻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 언론은 불법파업에 초점을 맞추고 자극적인 사진을 보낸다. 소수 언론만이 왜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는지 조명하고 있다. 파업을 왜 하는지는 관심을 두지 않고 기업은 오직 손해배상을 통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있을 뿐이다.
광장과 함께 지켜낸 국회다. 광장을 통해 탄생한 이재명 정부다. 그러나 여전히 노조법 2·3조 개정은 정체돼 있다. 윤석열이 두 번이나 거부권을 행사했고, 당시 전 국민의 70%가 법 개정이 필요했다고 동의했던 내용이다. 그러나 지금 재계의 반대로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은 광장의 요구를 배반하는 일이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중간 합의점을 찾는 문제가 아니다. 잃어버린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는 문제다. 노동계 이념 확산을 위한 투쟁이 아니다. 헌법상 보장하는 권리를 얻고자 하는, 법률이 정한 최소한의 안전망을 받고자 하는 이들의 처절한 싸움이다.
광장의 시민과 함께 지켜 낸 민주주의를 바탕으로 하는 정부와 국회라면, 이제 그 힘으로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신속히 보장해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수도, 축소해서도 안 된다. 노조법 2·3조 개정은 시대적 과제이자 헌법적 의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사무국장 (kihghdn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