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 노동자 10명 중 4명 “후원 요구받은 적 있어”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조사 결과 … 3명 중 1명 종교행사도 강요당해

2025-07-13     정소희 기자
▲ 직장갑질119

사회복지 노동자 10명 중 4명은 사용자로부터 후원을 요구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당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후원·종교행사-인사’ 연동 금지해야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사회복지지부(지부장 최지원)와 수습노무사모임 노동자의 벗은 13일 이 같은 조사 결과가 담긴 ‘사회복지시설 비민주적(3대 악습) 운영 실태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부는 사회복지사·보건의료직·생활복지사 등 사회복지업 종사자 414명을 대상으로 지난 2월18일부터 3월19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와 함께 2023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직장갑질119로 접수된 상담 메일 124건에 대한 분석도 보고서에 반영했다.

지부는 설문과 상담 분석을 통해 사회복지 현장의 비민주적 3대 악습을 ‘가족 운영’ ‘후원·종교 강요’ ‘괴롭힘’으로 꼽았다. 상담과 조사를 통해 사회복지 현장에 만연한 직장내 갑질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상당수 노동자가 비자발적인 후원과 종교행사 참여를 강요받은 경험이 있었다. 응답자의 43.5%는 사용자가 후원을 요구한 적 있다고 답했고, 이 중 77.9%는 요구에 따랐다고 밝혔다. 종교행사를 요구받은 경험도 3명 중 1명 꼴인 33.6%나 됐다. 응답자의 88.3%는 종교행사 참여를 요구받았을 때 저항하지 못하고 순응했다고 답했다.

지부는 사회복지사업 관계법령에 후원과 인사·계약을 분리하는 원칙을 명문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후원금·재정·회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외부 감사를 필수화하자고 강조했다. 지부는 “상담 메일에는 매달 급여의 일정 비율을 임금에서 공제해 후원하는 사례, 후원행사 티켓을 모두 판매하지 못하면 노동자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사례, 출근시간보다 일찍 아침예배를 진행하며 참여를 강요한 사례도 있었다”며 “후원·종교 참여와 인사를 연동하는 시설을 감독하고 이를 위반하는 사업장에는 벌칙을 부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심각한 직장내 괴롭힘, 59%가 경험

직장내 괴롭힘도 심각했다. 지부는 “사회복지업 직장내 괴롭힘 경험비율은 59.1%로 직장인 평균(34.5%)보다 높았다”며 “괴롭힘 심각성을 인식하는 응답자는 66.3%로 직장인 평균인 33.7%보다 두 배가량 높았다”고 설명했다. 조사 결과 직장내 괴롭힘 경험자 중 3명 중 1명(31.6%)은 폭행이나 폭언을, 과반수인 51.8%는 모욕·명예훼손을, 41.2%는 따돌림과 차별 같은 괴롭힘을 경험했다.

지부는 사회복지 현장에 괴롭힘 경험비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로 소규모 사업장이 많은 점을 꼽았다. 보건복지부가 2023년 12월 발표한 사회서비스 공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회서비스 제공기관 10곳 중 6곳(59.4%)이 종사자 규모가 10명 미만인 소규모 업체로, 절반 이상(54.7%)은 개인사업체였다. 온라인지부 실태조사 참여자에게 사회복지시설 직장내 괴롭힘 원인을 물었더니(2개 선택) 절반에 가까운 49.8%는 시설장의 비민주적 운영을 문제 삼았다. 경직된 조직문화(39.4%)와 열악한 업무환경이 원인(38.8%)이라는 응답이 뒤를 따랐다.

지부는 사회복지시설을 위탁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시설을 관리·감독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지원 지부장은 “사회복지 현장에 만연한 사적 지시, 괴롭힘은 사명감으로 정당화돼 왔다. 사명감은 노동권 침해의 면죄부가 될 수 없다”며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공공성이 강한 사회복지시설에서조차 노동자의 기본권이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은 국가의 책임 방기다. 정부와 지자체가 실태를 외면하지 말고 구체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