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 “관리된 자유무역 추구”
관세 찬성 이유 “자유무역이 노동 파괴” … 나원준 교수 ‘진보적 브레튼우즈’ 강조
전미자동차노조(UAW) 관계자가 자유무역이 일자리를 없애고 노동자의 삶을 파괴한다며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을 지지했다.
제이슨 웨이드 UAW 위원장 수석 고문은 10일 오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전환기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노동자 권리 확대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UAW가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무역 접근법(품목 관세)을 지지한 것을 두고 놀란 분도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트럼프 정책에 동조한 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가 이전부터 가져왔던 UAW 입장에 동조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숀 페인 UAW 회장은 지난 3월 말 미국 수입차 관세 부과 발표를 두고 “역사적인 조치”라며 “수입차 관세로 미국에 양질의 일자리 수천 개가 수개월 내 생길 것”이라며 환영했다.
자유무역 뒤 고용개선 요구에 자본 “공장 이전”
이날 웨이드 고문은 관세 등을 동원해 자유무역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유무역이 성행하면서 기업들이 노동자의 고용개선 요구가 있을 때마다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실제 이전해 일자리를 파괴했다는 이유다. 웨이드 고문은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시작으로 세계무역기구 창설, 중국 최혜국 대우 부여, 수많은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미국은 제조업 일자리 4분의 1을 잃어 공장 9만개가 문을 닫았고 일자리 500만개가 사라져 수백만 가정이 생계 터전을 잃었다”며 “자유무역은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반노조 정책으로 작용해 해외 이전 위협은 노동자 조직과 의지를 꺾었다”고 말했다. 웨이드 고문은 “이런 위협은 사실상 경제적 테러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국 우선주의라는 지적에도 선을 그었다. 웨이드 고문은 “UAW가 자국 조합원 이익을 챙긴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분명히 말하고 싶다”며 “UAW는 최대 자동차 교역국 멕시코의 독립적이고 민주적 노조와 협력해 왔고 이 과정에서 자유무역이 그들에게도 얼마나 참혹한 결과를 가져왔는지 목격했다”고 말했다. 웨이드 고문에 따르면 멕시코 자동차 노동자 시급은 1993년 6달러(환산가치)에서 현재 3달러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멕시코 생산 차량 80%는 미국에서 판매되고 멕시코 노동자가 하는 일은 미국 노동자와 똑같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데 미국·독일·한국 기업은 노동자에게 빈곤 수준 임금을 지급하고 절감 비용을 주주와 월스트리트에 바치고 있다”며 “명백한 강탈이며 극도로 추악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자유무역 지향-국가산업 보호 허용 ‘절충’
UAW는 이날 관리된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토론회 주제발표를 한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가 제안한 것으로, 지금은 사라진 브레튼우즈 체제의 진보적 측면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형태다. 나 교수는 “브레튼우즈 자체는 미국 패권과 개별 국민국가의 경제정책의 자율성 같은 모순될 수 있는 양자를 인정한 절충적 체제”라며 “자유무역 지향을 분명히 했지만 제한적이나마 개별 국민국가 자율성이 중시돼 무역 통제와 자국 산업 보호가 허용됐다”고 짚었다. 이후 무분별한 신자유주의의 물결로 소멸했지만 관리된 자유무역을 추구한 체제로 현재 시사성이 있다는 것이다. 웨이드 고문이 지적한 통제된 자유무역과 맥을 같이 한다.
나 교수는 “국제적 차원에서 자본 통제 범위를 확대하고 그 기반 위에 트럼프 행정부가 강요하는 것과 다른 의미의 자유무역에 대한 제한을 설계하는 게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자본이동의 적극적 제한 △국가 간 합의를 중시하는 의미의 관리된 자유무역 △국민국가 특히 소국의 자주성 존중 △노동권 보호, 환경 영향에 대한 규제 같은 보편적 규범 준수 △국가 간 비차별 호혜원칙에 기초한 공정한 다자주의를 강조했다. 웨이드 고문은 “나 교수의 주장에 공감하고 지지한다”며 “자본 이동을 적극 제한하고 모든 무역협정에 집행가능한 노동권과 환경권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나 교수는 미국 관세에 대해서는 모순적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당장 미국 내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점을 짚었다. 1기 트럼프 정부의 대중국 관세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관세인상에 따른 가격상승의 71%를 미국 소비자가 부담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