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사노위 출범을 향해 ④] 제3의 사회적 대화기구 ‘특별위원회’

2025-07-07     박태주
▲ 박태주 전 경사노위 상임위원

의제별위원회와 업종별위원회 외에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에서 사회적 대화를 담당하는 위원회로는 특별위원회(특위)가 있다. 상임위원으로서 경사노위 설계에 참여했고 실제로 특위를 띄우고 운영하는 데도 관여했지만, 솔직히 지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게 특위의 존재 이유다. 별 특별하지도 않으면서 ‘특별’이라는 이름을 붙인 위원회가 왜 존재해야 할까. 의제별 위원회에 통합하면 되지 않을까. 그나저나 특위를 비롯한 각종 위원회에 존속기간을 두는 이유는 뭘까. 본위원회에서 위원회를 신설할 때 의안에 따라 존속기간을 정하면 되지 않을까.

특위는 “긴급한 현안에 대응하거나 다른 법률에서 심의하도록 규정된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 11조) 구성한다. 긴급한 현안에 대응한다지만 출범 절차가 의제별위원회에 비해 단순한 것도 아니고, 의결절차가 다른 것도 아니다. 구성원의 수와 구성방법에서도 차이가 없다. “다른 법률에서 심의하도록 규정된 업무”를 다룬다지만 의제별위원회가 감당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오히려 특위는 짧은 존속기간 때문에 논의시간이 제한될 뿐이다. 특위의 존속기간은 6개월이며 필요한 경우 한 차례, 3개월 이내로 연장할 수 있다. 의제별위원회는 존속기간이 1년이며 연장횟수에 제한이 없다.

연금개혁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다

2018년 4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결과 기금의 고갈 시점이 2057년으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연금개혁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연금개혁에서 이해당사자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가 “연금개혁의 거의 유일한 달성방안”이라는 주장은 적지 않게 제기됐다(정홍원, 2007. ‘국민연금 제도개혁과 사회적 대화’ 참조). 하지만 과거 우리나라의 국민연금 개혁(1998년, 2007년)은 주로 국회와 정부, 그리고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졌으며 무대는 국회였다. 2015년, 정치권(여야), 전문가 및 시민사회로 구성된 공무원연금특위가 그러했고, 2022년 여야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연금개혁특위의 민간자문위원회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위원회에도 노조는 직접적인 당사자로 참여하지 못했다. 노동자는 국민연금 재정의 절반 이상을 부담하는 실질적 납부자인데도 제도개혁 논의에서는 늘 주변을 맴돌았다.

국민연금 개혁에서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에 운을 뗀 사람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2018년 8월27일 “국민연금의 주인은 국민이므로 국민연금 제도개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회적 합의”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의 동의와 사회적 합의 없는 정부의 일방적인 국민연금 개편은 결코 없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연금개혁안을 도출하기 위한 사회적 협의는 노사정대표자회의(경사노위)의 과제로 설정됐다. 노사정대표자회의가 그걸 맡았다는 사실은 제도적 사회적 대화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당시 노사정대표자회의는 양대 노총이 참여함으로써 노동계의 대표성을 확립하고 있었다. 합의를 통해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의제별·업종별 대화를 시작하는 등 사회적 대화에 대한 기대도 모으고 있었다. 양대 노총 역시 사회적 대화를 통한 연금개혁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다. 가령 민주노총은 2018년 9월2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제대로 된 연금개혁을 위해 ‘노사정대표자회의 산하 연금개혁 특위를 통한 사회적 대화’를 조속히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연금개혁특위, 3개의 대안을 제시하다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의결한 것은 2018년 10월12일 열린 4차 노사정대표자회의였다. 이날 회의에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특별위원으로 참석해 “어느 정도의 결론은 안 나더라도 큰 방향이라도 잡아 달라”며 조속한 논의를 부탁했다.

연금개혁특위는 2018년 10월30일 출범했다. 특위에는 노(한국노총·민주노총), 사(경총·대한상의), 정(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고용노동부) 외에도 공익위원(전문가)과 비사업장 가입 대표(청년, 여성, 은퇴자, 소상공인 대표) 등 17명이 참가했다. 위원장은 한국노동연구원의 장지연 박사가 맡았다.

논의는 활발하게 진행됐지만 이견을 조정하기에 6개월이라는 시간은 짧았다. 특위는 3개월 연장을 요청했지만, 당시 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 사태에 발목이 잡혀 본위원회를 열 처지조차 되지 못했다. 결국 연금개혁특위는 2019년 4월, 기한만료로 활동을 종료했다. 그해 7월에 들어 노사정 6인 대표회의를 통해 논의를 재개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논의를 이어 갔다. 최종적으로는 8월30일 ‘국민연금개혁과 노후소득보장 제도 개선을 위한 활동결과 보고’를 채택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연금개혁특위는 ‘지급보장 법제화’는 합의했으나 보험료율 인상 및 소득대체율 조정에 대해서는 3가지 안을 제안하는 데 그쳤다. 구체적으로 △소득대체율 45%, 보험료율 12% 인상안(한국노총,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한국여성단체연합, 공적 연금강화 국민행동, 대한은퇴자협회),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9% 인상안(현행유지 : 경총·대한상의), 그리고 △소득대체율 40%, 보험료율 10% 인상안(소상공인연합회)였다. 이외에 특위는 △지급보장 명문화 △사각지대 해소 방안 마련 △기초연금 내실화 등을 정부에 권고했다(정부위원은 빠졌다).

단일안 마련 실패가 사회적 대화 실패는 아냐

애당초 연금개혁이라는 과제를 6개월 시한의 특위에 상정한 것부터가 조급한 결정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연금개혁을 사회적 대화에 맡기면서 “연금제도 개혁은 외국에서도 오랜 사회적 대화와 타협을 거쳐서 이뤄졌다. 10년 이상 걸린 사례도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다.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언론의 비판이 뒤따랐고, 이를 사회적 대화의 실패로 규정했다. 장지연 연금개혁특위 위원장도 “사회적 기대에 부응해 국민연금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아쉽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단일안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게 연금특위, 나아가 사회적 대화의 실패를 말하는 것일까.

사회적 대화가 반드시 단일안을 도출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회적 대화에서 합의의 부재가 비난의 대상이 돼서도 안 된다. 새로운 사회적 대화기구를 설계하면서 노사정 대표는 사회적 대화를 ‘합의를 지향하는 협의’가 아닌 ‘협의 과정’으로 규정했다. 대화를 통한 상호이해의 증진을 지향한 탓이었다. 사회적 대화는 “난 너의 입장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이해는 한다”라는 포용력을 통해 파트너십을 쌓는 과정으로 파악했기 때문이기도 했다(아만다 리플리, 2022. <극한 갈등>).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연금개혁특위처럼 다수안과 소수안을 명기하고 지지 단체를 적으면 된다. 그리고선 정부나 국회에 제출하는 것으로 사회적 대화의 임무는 마감된다.

단일안을 도출하지는 못했지만 2018년 경사노위 연금개혁특위는 사회적 공론장을 열어 국민연금 당사자들이 연금개혁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조율을 시도한 첫 번째 경험이었다. 특히 1안에서 보듯 연금개혁에서 핵심갈등인 계층과 세대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기도 했다. 즉 현행유지를 주장하는 재계를 제외한 모든 참여단체가 최소 45%로의 소득대체율 인상에 동의한 셈이었다. 정해식・주은선은 “경사노위의 연금논의가 의제집약에 실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향후 연금개혁을 위한 사회적 대화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평가하고 있다(‘2018~2019년 한국의 연금개혁 논쟁과 연금정치, 2019).

이상으로 노사정대표자회의 시절의 사회적 대화를 의제별위원회, 업종별위원회, 그리고 특별위원회로 나눠 살펴봤다. 한 마디로 노사정대표자회의의 사회적 대화는 백화제방(百花齊放)이랄까, 본격적인 개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경사노위의 출범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면서 사회적 대화는 다시 뒤뚱거리기 시작한다.

전 경사노위 상임위원 (tjpark07@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