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뒤 원거리 전보, 복직에도 뒷맛은 ‘씁쓸’
“노동청에 갔더니 인사팀장이 직접 와서 의견을 수용해 줬고, 원직복직하게 됐어요. 아이를 생각하면 매 순간 고민되고 헛헛하다가도 아이도 사회생활하는 엄마에게 더 좋은 영향을 받을 것 같아 다시 마음을 다잡는 기회가 됐습니다.”
육아휴직 사용 도중 갑자기 광주광역시에서 300킬로미터 떨어진 서울로 발령이 났던 메리츠캐피탈 직원 A(40)씨가 지난달 25일 원직복직됐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그날은 애초 신청했던 육아휴직 기간이 끝나는 날이었다. <매일노동뉴스> 보도 이틀 만에 전격으로 이뤄진 조치였다. “정말 다행입니다.” 다른 말은 할 수 없었다.
지난달 19일 매우 급박한 사안이라며 제보가 왔다. 육아휴직 사용 뒤 복귀를 불과 열흘 앞둔 시점에 원거리 발령이 났기 때문이었다. 당사자는 노동청에 진정한 상태였다. 회사는 “정당한 전보”라며 버텼다고 한다. 시간이 없었다.
빠르게 취재에 들어갔다. A씨는 2016년부터 금융·여신 관련 사무업무를 담당한 오랜 경력의 직원이었다. 그런데 육아휴직 복귀 두 달여 전에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었다. 근무지가 서울 신도림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본사 관계자는 서울 근무시 월세 50만원을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했다.
A씨는 사실상 회사를 그만두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 회사는 퇴사와 관련해 결정했는지도 물었다. 일방적인 전보조치는 A씨뿐만이 아니었다. 6~9년 경력의 ‘육아휴직 여성노동자’들만 콕 집어 서울로 발령을 냈다. 서울로 가지 못한 2명은 퇴사했고, 육아휴직 중 퇴사를 강요받은 직원만 최소 3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반될 소지가 컸다. 사용자쪽은 ‘업무 효율화’를 위한 조직개편일 뿐이라며 선을 그었다. 하지만 본지 보도 이후 단 이틀 만에 원직 복직이 이뤄진 것을 보면 회사의 답변은 궁색할 뿐이다.
육아휴직 제도는 ‘강행규정’이다. 남녀고용평등법은 육아휴직을 “허용할 수 있다”가 아니라 “허용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그리고 육아휴직을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를 엄격히 금지한다. 그러나 현실은 한참 괴리가 있다. 이번 사건을 취재한 뒤 한 여성변호사에게 들은 얘기가 씁쓸했다. “이런 일은 너무 흔해요. 중소사업장은 말할 것도 없지요.”
보도 뒤 커뮤니티 반응은 뜨거웠다. “이러니 출산을 안 하려고 하는 거다” “당장 아이 데리고 이사가라는 것인가” 등 성토하는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기간 육아수당, 다자녀 가구 소득공제 확대 등 저출생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있는’ 제도를 잘 쓰는 방안도 중요하지 않을까. 현실적인 대책 없이 출산율 반등은 구호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