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경보음] 국회 석유화학 산업위기 진단 ‘노동계는 빼고’

보스턴컨설팅그룹 “사업재편·다운스트림 경쟁력 확보” … 산업계 “NCC 양·수도 법인세 감면 등 특별법 지원”

2025-07-03     이재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국내 석유화학산업 경보음이 계속 울리고 있다.

김지훈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표파트너는 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회 국회미래산업포럼에서 “악화된 외부환경 아래 국내 크래커·PDH는 70% 수준의 낮은 가동률로 운전 중이며 다운스트림 구성을 고려할 때 재편을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래커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발생된 나프타를 분해해 에틸렌 같은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NCC설비를 의미한다. PDH는 프로판에서 수소를 제거해 프로필렌을 생산하는 공정이다.

범용제품 중심 포화한 석유화학 생산

방향성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다. 김 대표파트너는 “국내 에틸렌 설비의 캐퍼빌리티는 향후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범용 수출 물량을 최소화하고 내수 및 고부가가치 중심으로 재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스페셜티란 다양한 플라스틱, 합성고무 등을 만드는 에틸렌 같은 범용성 높은 제품 기초유분이 아닌 맞춤형 고부가가치 제품군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그간 범용성 제품 위주로 생산 포트폴리오를 갖췄지만 중국이 유사한 범용제품 유력 생산국으로 부상하면서 경쟁력을 위협받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여수국가산업단지·대산산업단지·울산산업단지 등의 고용이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한 상황이다. 석유화학산업은 기초유분 생산 단계 등까지를 통상 업스트림으로, 플라스틱 생산 등 유관 제품군 생산단계를 다운스트림으로 지칭한다. NCC 등 가동률 저하에 따라 다운스트림 산업군에 속한 기업들의 고용 변동도 커질 전망이다.

김 대표파트너는 다운스트림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수익을 창출할 경로로 다운스트림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대표파트너는 “단순 크래커 가동을 위한 생산을 넘어 수익성을 견인할 수 있는 제품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여수와 대산, 울산산단의 특성과 공급과잉 수준이 다르므로 서로 다른 재편 방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울산산단은 NCC 3기와 PDH 4기를 보유했고, 대산산단은 NCC 4기를 보유했다. 여수산단은 가장 많은 7기를 보유하고 있다.

정부대책, NCC 설비 재편 추진 난항

정부는 NCC 설비 재편을 고려하고 있다. 이날 포럼에 참여한 나성화 산업통상자원부 국장은 정부의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가운데 공급과잉 NCC 설비의 합리화 방향을 소개했다. NCC 설비 일부를 폐쇄해 가동률을 높이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도 사업매각과 합작법인 설립 같은 다양한 방식이 검토된다고 설명했다.

산업계는 특별법 제정을 요구했다. 엄찬옹 한국화학산업협회 부회장은 “사업재편을 포함한 세제·재정·기술개발 등 석유화학산업에 대한 지원을 담은 석유화학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사업재편을 위한 설비 양수·양도·폐기시 법인세·취득세 감면 등을 요구한 것이다. 장치산업인 석유화학산업 특성상 NCC 설비 1기 재편을 통해 양도·양수할 때 천문학적인 세금이 발생해 사업재편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날 포럼에서 노동계 목소리는 담기지 않았다. 현재 석유화학산업 위기가 가장 빠르게 닥친 여수산단은 이미 플랜트건설과 화물운송을 중심으로 고용이 위축하고 석유화학산업 원·하청 고용도 영향권에 놓이고 있다. 지역 노동계가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렸지만 이날 포럼에는 초대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