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지 않는 것
2025-06-16 정기훈 기자
발전소에서 일하다 기계에 끼여 죽은 비정규 노동자의 영정을 든 사람들이 용산 전쟁기념관 앞으로 행진했다. 가는 길에 차벽이 없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나와 요구안을 받았다. 전에 없던 일이다. 흰 국화 들고 눈 붉은 사람들이 길에서 새롭지 않은 얘기를 오래 했다. 언젠가 발전소에서 일하다 죽은 비정규 노동자의 엄마가 맨 앞줄에 앉아 구호를 외쳤다. 새 영정에 국화 올리고 고개 숙였다. 전에 있던 일이다. 달라진 게 없어 일터에서 퇴근하지 못한 또 한 사람이 따뜻한 저녁상 대신 향내 밴 잿밥을 받는다. 그의 동료들이 다음번엔 나일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해결할 것을 촉구하느라 길에 섰다. 저기 작은 무선 충전식 스피커에서 죽고 사는 일 얘기가 쏟아졌다. 그 목소리가 자주 갈라졌다. 연이은 죽음을 이제는 끊어 내자고 했다. 애먼 마이크 신호만 뚝뚝 끊겼다. 흔한 일이다. 에이아이가 없던 것도 감쪽같이 만들어 내는 첨단 기술의 시대에 마이크와 스피커 문제가 참 변함이 없다. 일하다 죽지 않게, 스피커 속 그 오랜 구호가 여태 변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