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유혈진압’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 ‘징역 4년’ 구형
2023년 5월 고공농성 경찰 폭력진압 … 머리 피 흘리며 연행됐다 5개월 만에 석방 … 김만재 전 연맹 위원장은 징역 2년 구형
검찰이 포스코 하청노동자 교섭을 요구하며 철탑에 올랐던 김준영 금속노련 위원장(당시 사무처장)에게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만재 전 연맹 위원장에게는 징역 2년을 구형했다.
포스코에 하청노동자 교섭 요구하며 철탑 올라
광주지법은 11일 오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위원장 등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은 2023년 5월30일 포스코 하청업체 포운노동자와의 임금교섭을 원청에 요구하면서 전남 광양 포스코제철소 앞에 설치한 7미터 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하다 같은달 31일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연행됐다. 당시 경찰은 사다리차 2대와 경찰관 6명을 동원해 김 위원장 고공농성을 진압했고 저항하는 김 위원장을 수차례 경찰봉으로 구타했다.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김 위원장은 머리에 피를 흘리며 연행됐고 그해 6월2일 구속됐다. 검찰은 김 위원장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과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같은해 6월28일 기소했다. 김 위원장은 11월3일에야 보석석방됐다.
김만재 전 위원장은 그해 5월30일 철탑 설치 직후 진압을 시도하려는 경찰과 소방관 등을 막아서다 목이 짓눌리고 뒷수갑을 찬 채 연행됐다가 풀려나 불구속 기소됐다. 박옥경 광양지역기계금속운수산업노조 전 위원장과 노조간부 2명도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 전 위원장에게는 징역 1년을, 노조간부 2명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다.
“하청노동자 노동 3권 박탈, 널리 알려야 했다”
“저 같은 사람 나오지 않게 노조법 개정해야”
이날 최후진술에서 김 위원장은 “대한민국 국민,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노동 3권을 누리지 못하는 노동자가 대기업 하청노동자”라며 “함께 재판을 받는 포운노동자들은 사건이 있던 지난 3년간 단 한 줄의 노사합의가 없었고, 그러다 보니 3년간 임금이 1원도 오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조의 합법적 교섭뿐 아니라 정기적 노사협의회에서도 노동자의 요구가 받아들여진 것이 단 한 건도 없다”며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을 행사하기 위해 절차에 따라 쟁의권을 행사했지만 원청 포스코가 다른 하청사에게 업무를 수행토록 해 쟁의는 무력해졌고 무노동 무임금으로 임금만 삭감돼 1년 넘게 천막 치고 호소하는 것만이 이들의 유일안 항의 수단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1년 넘게 천막치고 우리도 대한민국 노동자인데 왜 우리는 쟁의권이 없냐고 울부짖는 조합원 앞에서 30년 넘게 노조에서 일한 저는 부끄러웠다”며 “철탑이라도 세우고 근본적 문제인 하청노동자의 노동 3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음을 널리 알려야 이 문제를 풀 수 있다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는 저와 같은 사건이 없도록 하기 위해 적법한 방법으로 하청노동자의 쟁의권을 보장할 수 있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활동을 더 열심히 해서 저와 같은 사람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포스코 하청업체 폐업·집단해고가 부른 고공농성
2023년 철탑농성 원인은 포스코 하청업체가 분할과 통합을 반복하면서 노동자를 집단해고하거나 전적시킨 데 있다. 2017년 포스코가 ㈜성광과 계약을 해지해 성광이 폐업하고 노동자는 다른 하청사로 찢어져 전적했다. 또 다른 하청사인 성암산업도 2017년 작업권을 분할해 매각하려다 노조 반발로 무산됐다가 2020년 작업권을 반납하고 폐업과 집단해고를 강행했다. 작업권은 5개 협력사로 사실상 쪼개졌다. 성암산업 노동자 145명 집단 단식 끝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중재로 작업권을 신설 협력사인 포운으로 모으고 고용도 승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후 포운은 성암산업 시절 제도를 승계하지 않고 임금교섭도 불성실하게 임해 처우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상급단체인 금속노련이 개입했으나 포운은 물론 원청인 포스코도 사태를 외면해 갈등을 더욱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