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논란 “자본시장법 개정” vs “금융기관이 규제”

‘자산매각·주주환금·차입’ 규제 목소리 높아 … 업계 “자본시장 경쟁력 약화시킬 것”

2025-04-10     이용준 기자
▲ 10일 국회에서 열린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기업가치 훼손하는 사모펀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정기훈 기자>

사모펀드의 LBO(Leveraged Buyout·차입매수)을 통한 기업인수 방식이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노동계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사모펀드를 직접 규제하는 법개정보다 금융당국을 통한 금융기관 대출 규제가 현실적이란 주장이 나온다.

사모펀드 LBO 확산 속 끊임없는 노동환경 악화

LBO란 기업을 인수할 때 자기자본을 최소화하고 대출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차입에 의존하다 보니 인수 뒤 빠른 자금회수 전략이 동원된다. 불경기일수록 회사 경영을 통한 투자금 회수보다 피인수회사 자산을 매각하는 방식이 선호된다. 이자 등 각종 금융비용이 늘어나는 탓이다. 피인수회사는 자산을 유동화한 후 주주배정 유상감자를 하거나 배당을 늘리고 인수회사는 인수금융을 상환한다.

이 과정에서 임금과 복지 축소·희망퇴직·정리해고 등 노동환경은 급속도로 악화한다. 경영권 매각이 아닌 일부 자산만 따로 파는 ‘자산양수도 방식’의 경우 고용승계도 기대할 수 없다. MBK파트너스(홈플러스·딜라이브·BHC 등), IMM 프라이빗에쿼티(한샘 등),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락앤락·하이마트 등), 베이사이트 PE(웰리브) 등 대부분 사모펀드 투자 회사에서 노사갈등 문제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실제 사모펀드 운영 이후 홈플러스 노동자는 6천여명이 줄었고, 락앤락은 공장이 매각되면서 사모펀드 인수 뒤 노동자수가 32% 감소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웰리브 노동자들은 사측이 합의한 고용승계를 지키지 않아 109명이 해고당했고, 204일간의 투쟁 끝에 83명만이 복직됐다.

“판례 법리 엄격히 해석, 자본시장법 개정해야“

노동계에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성혁 민주노동연구원 원장은 1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MBK의 홈플러스 기업회생 사태 긴급토론회’에서 이 같은 제안을 했다. 인수금융 상환을 위한 사모펀드의 자산 유출 행위가 배임이라는 법원 판결을 엄격하게 해석해 자본시장법까지 개정하자는 주장이다.

이사는 주주나 일반 채권자에 대한 직접 신인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즉 유상감자를 통해 자본금을 사모펀드 대주주에게 돌려준다거나, 배당금 성향을 확대한다고 해서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주식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유상감자나 법과 회사 정관을 위반한 배당 등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끼치는 행위는 배임이 될 수 있다.

실제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은 2005년 하이마트 1차 인수합병(M&A) 당시 인수기업인 어피니티가 특수목적법인(SPC) 하이마트홀딩스를 통해 인수자금을 대출받을 때 회사 소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하게 해서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됐고, 법원은 배임죄로 인정했다. 선 전 회장이 하이마트 소유 부동산에 근저당을 설정하는 식으로 인수기업의 자금 대출을 도운 행위가 하이마트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는지가 쟁점이었다.

일각에선 이런 판례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적 관점으로 확대하면 차입매수로 인한 회사 자산 유출이란 손해도 배임행위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김 원장은 법원 판례 법리를 엄격하게 해석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투자목적회사는 부채를 담보하기 위해 투자할 회사로부터 물상보증, 지급보증 등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규정 △합병 후 투자하는 회사의 자산으로 기존 부채를 상환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 △주주에 대한 과도한 환금금지 등을 자본시장법상 투자목적회사(249조의13)에 추가하자는 얘기다. 또 경제 상황을 고려해 사모펀드의 자기자본 대비 차입 비율 제한을 200%로 축소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은 공모펀드의 경우 금전차입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반면, 사모펀드는 금전차입·채무보증·담보제공·파생상품매매에 대한 위험평가액을 모두 통합해 현재 기준 400%로 제한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이미 사모펀드 등 대체펀드 운용사의 투자 방식을 일부 규제하고 있다. 경영권 획득일로부터 24개월간 배당·유상감자·주식 상환청구·자사주 취득 등을 통해 투자 대상회사로부터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제한한다.

사모펀드 직접 통제, 순기능까지 위축 우려

금융업계 “차입규제도 자본시장 경쟁력 약화”

다만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사모펀드를 직접 규제하는 방식은 부작용이 크다는 지적이 있다. LBO 방식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제도적 통제가 필요하지만 시장 부담이 커질 것이란 지적이다. 따라서 법 개정보다 금융당국을 통해 대출을 제공하는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란 주장이 나온다. 과도한 규제로 사모펀드의 순기능까지 위축시킬 필요가 없다는 취지다. 사모펀드는 기업가치가 낮은 회사를 인수한 뒤 수익성을 높여 매각한다. 자본시장 효율성 개선 측면에서 사모펀드의 긍정적인 역할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김호윤 사모펀드 전문 변호사는 “인수금융을 과도하게 사용할 경우, 결국 회사의 중요 자산을 매각해 배당 형식으로 인수금융 채무를 상환하는 일이 자주 발생한다”며 “차입 비중이 과도한 인수 건에 대해서는 중요 자산의 매각을 통한 상환을 견제하도록 인수금융 대출 조건을 보다 엄격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계는 차입 비율을 축소하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부작용을 우려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다수의 공익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인 공모펀드와 위험을 감수한 소수 민간 투자자가 참여해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는 도입 목적 자체가 다르다”면서 “차입비율 규제는 자본 흐름을 인위적으로 통제하겠다는 것이고, 다시 말해 자금 유입을 막겠다는 주장인데, 국내 자본시장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