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민주당 복도에 울린 환호성, 엇갈린 여야
이재명 “성장·발전 길 열겠다” … 권영세 “민주당 폭거 못 막아 죄송”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파면 결정을 내림과 동시에 여야의 희비도 엇갈렸다. 야당은 국회 복도를 울리는 환호성을 지르며 기쁨을 숨기지 못했다. 여당은 “여당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책임을 통감한다”며 민주당의 이른바 ‘의회 폭거’를 막아내지 못한 것을 사과했다.
민주당, 내부 환호·지도부 침착
더불어민주당은 4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하고 헌재 판결을 지켜봤다. 헌재 판결 전까지 여야 모두 입장 발표에 신중을 기했는데, 이날 최고위원회의 전 기자들과 만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국민과 함께 헌법재판소의 진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는 짧막한 말만 남겼다.
문형배 헌법재판관이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한다”고 말하자, 국회 본관 2층 민주당 사무실 복도에 환호성이 울렸다. 환호성은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대목에서 한 번 더 터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위치한 당대표 회의실은 고요했다. 헌재 결정 이후 한동안 회의장을 나오지 않던 이 대표는 담화를 통해 “위대한 국민이 위대한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을 되찾아 주셨다”며 “더 이상 헌정 파괴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정치가 국민과 국가의 희망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웃음기 없는 표정으로 담화문을 낭독했다.
조기대선을 앞둔 만큼 침착함을 보여주려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된 건 다시는 없어야 할 대한민국 헌정사의 비극이고,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며 “우리가 힘을 모으면 국제사회의 신뢰를 신속하게 회복하고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범야권도 “민주주의 승리” 환영
거리전에 총력을 기울였던 범야권은 일제히 헌재 선고를 반겼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탄핵심판 선고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이, 민주주의가, 그리고 정의가 이겼다”며 “사회대개혁의 깃발을 높이 들어 조국혁신당이 더 탄탄한 대한민국으로 이끄는 예인선이 되겠다”고 환영했다.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도 입장문을 내고 “지난 넉 달 광장에서 우리는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차이를 내려놓고 크게 단결했다”며 “국민이 이겼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재구속과 철저한 수사, 국민의힘 해체도 요구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국회 기자회견에서 “드디어 살아있는 민주주의를 생매장하려 했던 괴물이 종말을 맞았다”며 “우리는 내란 세력에게 책임을 묻는 것을 넘어 민주공화국의 토대를 뒤흔들고 있는 심대한 위기를 반드시 극복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입장문을 내고 “오늘이 오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흘렀고, 우리 앞에 산적한 과제가 결코 간단치만은 않기도 하다”며 “윤석열 일당이 무너뜨린 사회적 신뢰를 회복해 나가고, 무너진 국가경쟁력과 민생경제를 되살려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권영국 정의당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극우세력의 발호와 조직화로 민주주의와 헌정질서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이뤄낸 뜻깊은 승리”라며 “이제 차별과 불평등,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정치사회경제 체제를 타파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반성”, 한덕수 “공백 없도록”
국민의힘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헌재 결정 직후 기자들과 만나 “안타깝지만 헌재의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겸허히 수용하고, 이 결정을 존중하는 것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길임을 굳게 믿는다”며 “여당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민주당이 국회를 장악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의회 폭주와 정치적 폭거를 제대로 막아내지 못한 점도 반성한다”고 밝혔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헌정사상 두 번째로 현직 국가원수의 탄핵이라는 불행한 상황이 발생한 것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 안보와 외교에 공백이 없도록 굳건한 안보태세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통상전쟁 등 당면한 현안에 대한 대처에 일체 차질이 없도록 만전을 기하고, 국민이 불안해하시는 일이 없도록 치안 질서를 확립하고, 각종 재난에도 철저히 대비하겠다”며 “국민의 뜻을 받들어 헌법과 법률에 따라 다음 정부가 차질 없이 출범할 수 있도록 차기 대통령 선거관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헌재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향후 60일 이내에 조기대선이 열리게 된다. 여야 지도부를 비롯한 원외 잠룡들도 선거 모드에 돌입할 전망이다. 여야는 이날 오후 각각 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강한님·연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