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의 미래와 에너지 한계

2025-04-01     김병권
▲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하나의 미래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자. 인공지능(AI)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일상의 거의 모든 영역에서 AI 사용이 필수가 되는 2030년대 어느 시점쯤 대한민국과 그 안에서의 우리의 일상을 그려보자. 이 시기가 되면 한국도 글로벌 수준에서 경쟁하는 AI 기업이 등장하고 국내 차원에서는 ‘소버린 AI(sovereign AI)’ 서비스 기업들도 여럿이 존재할 만큼 성장할지도 모르겠다.

시민들은 학생들부터 노년 세대까지 마치 지금 MS 오피스를 일상적으로 쓰는 것 이상으로 모든 일상에서 AI 도구를 최소 하나 이상은 매일 이용할 것이다. 가정과 사무실의 모든 전자기기에 AI 기능이 탑재돼 있고 자동차도 웬만하면 인공지능이 내장된 탓에, 이들 기기는 기본적으로 AI 비서를 통해 다루게 될 것이다. 이 무렵이면 지금 스마트폰 없이는 일상이 불가능한 것 이상으로 AI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일상을 상상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이 시나리오는 허무맹랑하지 않다. 챗지피티 사용자가 서비스 오픈 2년 만에 3억명이 넘어갔고, 지금도 점점 더 많은 AI 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매달 매력적인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문제는 에너지다. 이러한 미래를 지원하려면 지금보다 몇 배 수준의 데이터 센터가 새로 증설될 것이고 이를 위한 전력은 전체 전력 용량의 10%를 넘어갈 것이 확실하다. 수도권 일부에서는 지역 전력 소비의 3분의1 이상이 될 수도 있다. AI 폭증으로 유럽의 아일랜드는 총 전력 소비의 20% 이상을 데이터 센터에 쏟아붓고 있고, 미국도 최소 5개 주에서 데이터 센터 전력소비 비중이 10%를 넘어가고 있다.

이런 시나리오에서 인공지능은 미래에 전기에너지의 핵심적인 소비 주체가 될 것이다. AI의 성능이 개선되고 응용 폭이 확대되면 될수록 그와 연동해 전력수요가 팽창하게 된다. 그렇다면 팽창하는 AI를 위한 전력의 부담은 어디까지 늘어나게 될까? 현재로서는 알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AI 성장 전망 자체가 너무 불확실성이 많기 때문이다. 당장 AI 거품 붕괴에서부터 인공일반지능(AGI) 도래 예측까지 AI 전망이 극단적으로 나눠지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도 있다. 획기적인 AI의 성능향상과 이에 따른 활용 폭증은 반드시 에너지 폭증을 동반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수십만 년 동안 진화해 온 사람의 생물학적 특성을 봐도 명확하다. 우리의 뇌는 전체 몸무게의 고작 2%에 불과하지만 에너지 소비는 20~25%까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지능적 활동은 기본적으로 막대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데, 그래서 일찍부터 천문학자들은 에너지의 이용을 측정함으로써 우주의 문명을 알아보려 했다. 예를 들어 만약 우주의 어떤 곳에서 지적 생명체가 살면서 상당한 문명을 이루고 있다면, 상당한 수준의 에너지를 소비할 것이 틀림없고, 그 결과 물리법칙인 열역학 법칙에 따라 반드시 폐열의 방출이 있어야 한다. 이를 측정하면 우주의 문명 존재를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소련의 천문학자였던 니콜라이 카르다쇼프는 1964년에 우주의 문명 수준을 에너지 이용단계에 따라 세 단계로 나눴는데 이를 ‘카르다쇼프 척도’라고 부른다.

결국 뛰어난 성능의 AI 개발과 대규모적인 이용은 순수한 지적 혁신이나 비물질적인 정보처리가 일어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반드시 이를 가능하게 하는 대규모 에너지 투입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반도체 칩이나 AI 알고리즘의 단위 에너지 효율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다고 해서 해소되지 않는다.

문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점점 더 막대한 에너지 소비가 점점 더 심각한 지구 생태계의 파괴와 기후 위기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신해 태양광과 풍력이라는 재생에너지로부터 전력을 생산하면 지구와 기후에 주는 충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서 재생에너지 전환이 빨라지면서 온실가스 감축도 빨라지는 것이 그 증거다.

하지만 재생에너지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태양전지와 풍력터빈의 제조와 송전망 건설,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자원도 소모되고 온실가스도 배출되기 때문이다. 물론 인공지능에 이용되는 모든 전력을 기본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조달하는 것은 앞으로 기본이 돼야 하지만, 재생에너지 역시 무한히 공급될 수는 없다는 말이다. AI는 이처럼 에너지 한계를 고려해야 한다.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위원 (bkkim21kr@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