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발 ‘리스부채’ 위기, 이마트·롯데는 괜찮나

주요 유통사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불황 장기화에 리스부채 부담 지속될 것”

2025-03-26     이용준 기자
▲ 정기훈 기자

“유통업은 곧 부동산업”이란 말이 있다. 유통사들은 좋은 상권에 대규모 부지를 점유하고 장기적인 자산 가치를 키우는 전략을 써 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보유 부동산을 매각 후 임차하는 ‘세일즈앤리스백’ 방식이 업계 공식처럼 떠올랐다.

홈플러스·이마트·롯데쇼핑 같은 주요 유통 대기업들이 세일즈앤리스백 확대로 리스부채 부담에 직면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조4천억원 규모의 리스부채 상환이 불투명해지자 임대료 하향 조정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마트와 롯데쇼핑도 이자비용이 급증하면서 재무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마트 리스부채 5년간 두 배 ‘껑충’
홈플러스 “현금 부족, 임대료 내려달라”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이마트의 사용권자산은 3조1천73억원으로 2019년(1조7천807억원) 대비 74.4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리스부채도 4조3천257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이마트가 세일즈앤리스백을 확대하면서 사용권자산 계정이 쌓이고 리스부채가 자연스레 급증한 것이다. 이마트는 2019년 11월 마스턴KB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64호에 동인천점을 포함한 13개 점포의 부동산을 9천525억원에 매각한 뒤 임대차 계약을 맺고 점포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롯데쇼핑 상황은 조금 낫다. 지난해 리스부채 규모는 4조3천452억원으로 2019년 첫 회계 공시 이후 34.7% 감소했다. 다만 이 회사의 현금창출력 회복이 더딘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며, 리스부채는 전체 부채 중 20~25%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사용권자산은 3조1천89억원으로 같은 기간 49.2% 감소했다. 롯데쇼핑은 최근 임차경영 부담을 줄여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업회생을 신청한 홈플러스의 리스부채는 올해 1월 기준 2조4천여억원으로 알려졌다. 대주주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 인수 뒤 세일즈앤리스백을 통해 인수금융을 상환해 왔다. 그동안 직영매장은 89개에서 56개로 감소했고, 임대매장은 53개에서 70개 늘었다. 이 회사는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한 뒤 매장 임대료 하향 조정을 서울회생법원에 요구했다. 리스부채와 금융부채 상환에 따른 현금 유출을 감당하기엔 재무현금흐름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수면에 올라온 ‘세일즈앤리스백’ 부작용

세일즈앤리스백은 유통사들의 빠른 현금 확보 수단이었다. 자산운용사와 리스계약을 맺고 점포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대규모 차입 없이 영업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임대료와 이자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이익창출력이 감당할 수 있다면 큰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 유통업황이 부진해지자 세일즈앤리스백의 부작용이 수면으로 떠올랐다. 임대료와 이자비용은 증가하는 반면 영업이익이 급감하면서 기업 재무건전성이 악화한 탓이다. 홈플러스의 세일즈앤리스백 매장 상당수는 2026~2027년 재계약을 앞두고 있다. 임대료 지급이 어려워지면 계약이 종료되고 매장 운영이 중단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수천 명의 노동자들이 해고 위험에 내몰린다.

리스부채 상환이 어려워지면 부족한 현금 상쇄를 위한 차입금 의존이 높아질 수도 있다. 추가 자산 매각에 나설 여지도 있다. 홈플러스의 경우처럼 신용등급까지 하향 조정되면 차입 조달 조건까지 악화하고 현금흐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물류창고와 점포 임차 비용이 들고, 수백 개의 납품업체들과 현금거래가 필수적인 유통업으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점포를 인수한 자산운용사들이 운용하는 부동산펀드나 리츠에 투자한 출자자들까지 피해가 확산할 가능성도 있다.

이마트 리스부채 이자비용 5년간 168.8%↑
롯데쇼핑 6년째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리스부채가 늘어나면서 유통사들의 이자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이자를 부담할 만큼 영업이익이 나오면 문제없지만, 유통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유통사들의 이익 회복이 느리다는 점이 위기감을 더하고 있다.

이마트의 리스부채 이자비용은 지난해 1천519억원으로 전년 대비 5.6% 증가했다. 2019년(565억원)과 비교하면 무려 168.8%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전체 이자비용이 4천937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리스부채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30%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여전히 부진한 수준이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47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2022년(1천356억원)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쪼그라들었다. 그 결과 이자보상배율도 크게 악화했다. 이마트의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0.095배로, 영업적자를 기록했던 전년(-0.11배) 대비 소폭 회복했으나 여전히 3년 연속 1배 미만을 기록 중이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1배 이하일 경우 본업 수익만으로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상태로 재무건전성 악화 신호로 해석된다.

롯데쇼핑의 리스 이자비용은 지난해 1천899억원으로 전년 대비 6.9% 줄며 점진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5년간 리스부채 이자로만 약 1조원을 지출한 만큼 부담은 여전히 크다. 더욱이 같은 기간 전체 이자비용은 6천213억원으로 4.34% 증가했다. 지난해 차입금 및 사채가 10조4천202억원으로 10.7%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이자 부담은 오히려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쇼핑이 매년 금융부채로만 5천억~6천억원대의 이자를 지불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스부채가 차지하는 비중 또한 상당하다.

롯데쇼핑도 영업수익만으로 이자 지급이 어렵다. 이 회사는 2019년 이후 6년째 이자보상배율이 1배를 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0.76배로 전년 0.85배 대비 낮아졌다. 차입금과 이자비용은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6.9% 감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압도적인 부채비율만 봐도 다른 유통사들과 같은 상황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도 “경제지표 전반을 고려하면 불황의 장기화 가능성과 불확실성이 큰 만큼 리스부채는 기업에 지속적인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