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사업자인가, 노동자인가

박상현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2025-02-28     박상현
▲ 박상현 변호사(법무법인 마중)

근로계약서가 존재하지 않는 등 외형적으로 노동자의 표지가 갖춰지지 않았거나 애매모호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건이나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청사건 등의 경우 소위 ‘근로자성’이 문제가 된다.

근로계약서가 없는 상태에서 더욱이 편의상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경우 위와 같은 사건에서 노동자임을 입증함에 있어 노동자 입장에서 큰 곤경을 겪게 되거나 최악의 경우 개인사업자로 취급돼 어떠한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재해로 인한 손해를 개인이 감수해야 한다. 즉 고용이 아니라 외주로 취급되면 모든 손해를 개인이 감수하는 것이다. 사업주는 개인사업자의 외피 뒤로 숨고 실질적 노동자는 개인사업자로 앞에 세워져 모든 손해를 노동자가 부담하는 형태가 된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서 실질적으로는 노동자처럼 일하면서도 사업주의 편의와 비용을 절감할 의도로 법률관계의 외형을 프리랜서 또는 별도의 사업자인 것처럼 취하는 경우가 점증하고 있다. 우버를 비롯해 각종 배달 업무 영역에서 실질은 근로 제공이되 외형은 개인사업자인 것처럼 형성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산업재해 등을 당하게 되면 실질적 사업주는 노동자를 외면하고 노동자는 외형이 개인사업자처럼 돼 있으므로 산업재해에 해당하지 않아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사업주만의 이익과 편의 추구를 위해 근로관계의 외형을 개인사업자인 것처럼 꾸미면 노동자들이 노동관계법령에 따라 누릴 수 있는 정당한 보호와 편익을 부당하게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현재 우리 사회에 만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해자와 사업주와의 외형적인 관계에만 초점을 맞춰 만연히 프리랜서나 자영업자로 취급하게 되면 재해자는 물론 특히 사망사건의 경우 유족들에게 현실적으로도 산재처리까지 받기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까지 어려워진다. 재해자나 유족들에게 거의 모든 보상이나 배상의 길이 막히는 것이다.

이는 유족들에게 경제적 타격과 함께 심대한 정신적 상처를 주게 되는 것이고, 나아가 위와 같이 노동자들의 정당한 법적 보호가 일부 사업주들의 편법에 의해 잠탈당하는 현실을 용인하고 묵시적으로 조장하게 된다.

다행히 필자가 최근 진행했던 근로자성 쟁점 사건에서는 노동청과 검찰, 법원이 실질 관계를 섬세하게 살펴 노동자로 인정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에서 근로자성이 인정되기까지 약 1년이 넘는 상당히 오랜 기간이 소요됐고, 그 과정에서 사건이 노동청과 검찰을 오가며 여러 차례 사건에 대한 의견도 바뀌는 등 많은 장애가 있었다.

해당 사건에서는 근로계약서가 없었고, 사업주의 요구에 따라 재해자가 개인사업자 등록을 했다는 점을 사업주측이 변소했는데, 이러한 외형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근로관계라는 점이 밝혀지는 데 약 1년이 넘는 세월이 소요되고 재해자의 가족은 상당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렸다.

만약 애당초 근로계약관계를 외주화해 개인사업자처럼 형태를 작출하지 않고 정당하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외형과 실질을 일치시켰다면 유족이나 재해자가 오랜 세월 마음고생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위와 같은 사건들 외에 불운하게도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불행한 경우는 생기지 않을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점차 근로관계에 수반하는 비용이나 위험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형태의 외주화는 지양돼야 하고, 외형과 실질을 일치시켜야 한다. 즉 사실상 노동자로서 노동력을 사용한다면 근로계약서부터 작성해 적법한 근로관계는 물론 그 형식까지도 완비해야 보다 실질에 맞는 사업 운영이 될 것이며, 재해 등 위험이 현실화했을 경우에도 노동자들이 실질에 맞는 보상을 받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