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 장관이 사라졌다

민현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2025-02-25     민현기
▲ 민현기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라졌다. 포털사이트에 ‘김문수’를 검색하면 거의 모든 기사가 여론조사에 관한 내용이다.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기사조차도 여권 1위 후보로서의 행보에 집중하고 있을 정도다. 본인이 원하든 원치 않든 노동부 장관이라는 역할에 집중할 수 없는 여건이 됐다. 그렇다고 해서 노동부 장관이 사라져도 괜찮을까.

5개월 만에 참석했다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도 노동부 장관의 면모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국정감사를 통해 한화오션이 약속했던 안전경영 쇄신방안의 이행 현황, 조선업·건설업의 고질적인 임금체불을 방지하기 위한 에스크로 시스템 등에 대해 이해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차관에게 답변을 미루거나,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 반면에 비상계엄은 대통령의 권한이라거나 탄핵은 기각돼야 한다는 주장만큼은 명확히 밝혔다. 국무위원으로서 본인의 소신도 물론 중요하지만, 노동부 현안을 파악하기 위해 얼마만큼의 진정성을 가지고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동부 장관과 달리 나는 비상계엄에 동의할 수 없다. 비상계엄뿐만 아니라 당시 발표된 포고령 1호는 경악스러웠다. 전공의들을 처단하겠다는 내용에 더해 파업이 곧바로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것처럼 표현하면서 금지했기 때문이다. 스물아홉 번의 탄핵을 의결한 야당에 대한 경고성 계엄이었다는 대통령의 항변을 참고하면 헌법상 기본권인 단체행동권 제한은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 당시 파업을 진행 중이거나 파업이 예정돼 있던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한 직권남용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노동부 장관은 이에 대해 사과는 물론 어떠한 유감 표명도 하지 않고 있다. 포고령 내용에 대해 대국민 사과 의사를 밝힌 보건복지부 장관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노동부 장관은 취임 이후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를 5명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혀 왔다. 상시 4명 이하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 적용하는 법 규정은 근로기준법 시행령에 담겨 있고, 시행령 개정은 국회 통과가 아닌 국무회의 의결만 거치면 된다. 따라서 의지만 있다면 전면적인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이 아닌 직장내 괴롭힘 금지 등 일부 조항에 대한 확대 적용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노동부 장관은 본인이 밝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한 재심 사건이 2월이 절반 이상 지난 현재 시점까지도 심문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담당 조사관에게 문의하니 3월에도 잡힐 기약이 없다고 한다. 빨라야 사건 접수일로부터 90일 이상 지난 4월 초에서야 심문회의가 이뤄진다는 의미다. 원칙적으로 사건 접수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심문회의를 개최하도록 정하고 있는 노동위원회규칙 51조가 중노위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노동부 장관은 이를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 해결할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허물어지고 있다. 개별적 노동관계를 규율하는 일반법인 근로기준법이 무수한 특별법에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이미 근로기준법상 1주 12시간의 연장근로 한도를 초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제도가 존재하고, 실제 해당 제도를 반도체산업에서 활용 중인데도 특별법을 새로이 만들어 노동부 장관의 승인 없이도 무제한으로 연장근로를 시키겠다고 한다. 종속성이 다분하고, 사회보험법상 사용자 책임을 부담하게 하면서도 특수고용형태라는 이유만으로 ‘노동약자’로 낙인을 찍고,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위한 법을 새로 만들겠다고 한다. 그런데도 노동부 장관은 근로기준법을 수호하기는커녕 근로기준법 형해화에 앞장서고 있다.

노동부 장관이 사라졌다. 크리스마스를 맞아 휴일에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가 아니라 군부대를 방문한 노동부 장관, 그 일정이 유일하게 극우 매체에서만 보도되는 노동부 장관은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