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외국인보호소 참사 18년, 더딘 구금 제도개선
헌재 결정 따라 5월까지 출입국관리법 개정 … 구금 기한, 결정 주체 놓고 정부·야당 이견
2007년 2월11일 10명의 사망자를 낳은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가 발생한 지 18년이 지났지만, 반인권적인 외국인보호소 운영방식은 그대로란 비판이 나온다. 이에 따라 외국인 구금제도를 규정하는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이 재조명되고 있다. 구금 결정 주체와 기한을 둘러싼 이견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법 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시민단체, 출입국관리법 개정 촉구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난민인권센터·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 참사 18주기를 맞아 출입국관리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일부터 추모 행사와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며, 다음 주 중으로 서명운동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시민단체들은 출입국관리법 63조(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사람의 보호 및 보호해제) 조항이 문제라고 지적해 왔다. 이 조항은 △구금 결정 주체 △구금 기한 △구금 해제 조건 등을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상 법무부 산하 외국인 장기보호 심의위원회가 이주민 구금을 결정하고 3개월마다 연장 여부를 판단한다. 법무부 산하위원회가 구금 여부를 결정하는 만큼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법무부 장관의 판단에 따라 심사 과정에서 이주민 진술이 배제될 수도 있다.
구금 기간의 상한도 없다. 출입국관리법 63조1항에 따르면 여권 미소지·교통편 미확보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송환 가능할 때까지’ 구금이 가능하다. 정부의 판단에 따라 무기한 구금이 가능한 셈이다.
헌법재판소는 2023년 3월 해당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오는 5월31일까지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과잉금지 원칙과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돼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는 “외국인보호소는 여전히 본국에 돌아갈 수 없는 이주민을 구금하고 있다”며 “출입국관리법은 인권 보호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금 기한 ‘36개월 vs 100일’
헌재 결정 이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구금 결정 주체와 기한을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안은 외국인 장기보호 심의위원회를 외국인보호위원회로 변경하되 법무부 산하로 운영된다는 점은 현행과 같다. 독립성 강화를 위해 대통령이 정하는 외부위원을 임명하도록 했다. 구금 기간은 18개월로 제한하며 범죄·비협조 등의 사유가 있을 경우 추가로 18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하지만 구금 종료 뒤 도주 우려 등이 있다면 재구금도 가능하다. 재구금에 대한 횟수·기간 제한은 없다. 사실상 현행법과 마찬가지로 무기한 구금이 가능한 셈이다.
반면 박주민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구금 결정 권한을 사법부에 넘기는 내용이다. 박 의원 등은 지방법원 판사가 구금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넣었다.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은 반드시 판사의 심문을 받아야 하며 변호사 선임 및 동석자 신청도 가능하다. 구금 기간은 최대 100일로 제한된다. 본국 송환이 어렵고 도주 우려가 있는 경우 20일 구금 뒤, 판사의 판단에 따라 두 차례(각 40일) 연장할 수 있다.
김연주 난민인권센터 변호사는 “정부안은 독립성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법무부 공무원이 위원회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헌재 결정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재구금 사유도 법무부가 자의적으로 해석할 가능성이 있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