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 빼자”니 “국정협의회 연기” 맞불

국민의힘 “이재명, 노동계 반발에 입장 선회” … 민주당 “갑자기 연기? 어깃장 그만해야”

2025-02-07     연윤정 기자
▲ 더불어민주당

더불어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 적용 제외를 빼고 추진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하자 국민의힘은 “국정협의회 연기” 카드로 맞불을 놓았다.

국민의힘'주 52시간제 예외 반도체법과 추경 연계'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돌연 민주당이 (다음주 국정협의회를 앞두고) 반도체특별법에서 주 52시간을 빼야 한다, 연금은 보건복지위 소위에서 모수개혁을 강행 처리하는 방식의 의견을 발표했다”며 “민주당 마음대로 할 생각이었으면 국정협의회는 왜 하자고 한 것이냐, 하지 말자는 취지로 이해해도 되겠냐”고 밝혔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반도체산업에 대한 국가적 지원은 여야 간 이견이 없어 먼저 처리하되, 여야뿐 아니라 노사 간 입장이 큰 노동시간 적용 제외 문제는 별도의 논의를 지속해서 합의되는 대로 처리하면 될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이를 두고 “노동계 반발이 심해지자 이재명 대표가 기존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 대표의 ‘기업경쟁력이 국가경쟁력’이라고 했던 발언도 결국 거짓이었음이 증명됐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연기하자는 입장을 의장실에 전달했다.

국민의힘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도 연동했다. 김 정책위의장은 기자들과 만나 “주 52시간 근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는 반도체특별법, 연금특위에서 연금개혁안을 논의하기로 결정되는 시점에 추경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다”며 “추경 필요성은 여야가 공감하지만, 선행 의제를 정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추경과 반도체법 연계할 수 없는 사안”

민주당은 유감을 표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입장문을 내고 “지난 4일 실무회담의 유일한 합의사항은 10~11일 중 4자가 참여하는 국정협의회를 개최한다는 것이었다”며 “당시 추경, 반도체특별법 등 주요 국정현안에 대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음에도 국정협의회를 개최해 합의를 도출해 나가기로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실무 합의가 어려우니 지도부 논의를 통해 합의를 모색하자는 의미였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갑자기 본회담 연기를 요구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 정책위의장은 “반도체특별법 처리 후 추경을 논의할 수 있다는 연계전략도 납득할 수 없지만, 이제는 한술 더 떠 추경을 연금개혁특위 설치와도 연계하는 듯한 태도는 더욱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추경과 반도체특별법 등 미래산업 입법이 서로 연계될 수 없는 사안이며 모두 시급히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반도체특별법 관련 미타결 세부쟁점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하되 합의사항을 중심으로 우선 입법하자는 입장도 지속적으로 피력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연금 모수개혁은 보건복지위에서 우선 처리하고, 구조개혁은 연금개혁특위를 설치해 논의해 나자가는 입장도 마찬가지”라며 “국민의힘은 어깃장 놓지 말고 즉시 국정협의회에 나오라”고 촉구했다.

노동·시민단체 ‘반도체법 저지 공동행동’ 10일 출범

민주당이 주 52시간제 적용 제외를 빼고 반도체특별법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노동·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는 등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경실련은 이날 논평을 내고 “반도체특별법 논의에서 법정노동시간의 예외를 두는 독소조항은 반드시 빼야 한다. 아니 논의돼서는 안 된다”며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목하에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합의로 이뤄낸 중대한 노동원칙에 구멍을 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욱이 근로기준법도 아닌 특별법에서 노동시간 예외를 규정해 노동법 취지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점은 비판받아야 한다”며 “노동개악을 가져오는 독소조항이 담긴 법안이 만들어진다면 시민사회와 노동계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노동·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은 ‘재벌 특혜 반도체특별법 저지·노동시간 연장 반대 공동행동’을 구성하고 적극 대응해 간다는 계획이다. 공동행동은 “반도체 노동자 법정노동시간 적용 예외에 대한 비판이 거세지자, 이제 ‘분리 통과’ 얘기까지 들린다”며 “특별법에는 국민의 혈세로 기업에 보조금이나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전력 에너지 등 국가 자원의 이용 체계까지 기업에 넘기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법정노동시간 적용 제외가 화두로 떠오르자 조선업에서도 주장하고 나서는 등 정치권이 장시간 노동을 부추기는 꼴”이라며 “특별법 문제를 사회에 폭로하고 법안의 폐기를 끌어내 노동자의 건강권을 보호하고 재벌의 책임을 단호히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행동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