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말고 지금” 노동계 노조법 개정 요구

대선 전 ‘원안’ 발의, 신속한 국회 의결 촉구 … 거부권 예상돼 조기 대선 국면서 부각할 듯

2025-01-20     이재 기자
▲ 금속노조가 20일 국회 앞에서 노조법 즉각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뒤 노동계는 원청과 하청노동자 교섭을 허용하고 파업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금지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다만 내란 수사가 여전히 안개 속인 데다 조기 대통령선거 가능성이 커져 실제 개정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금속노조 “윤석열 거부 노조법 개정이 진정한 민주주의”

금속노조는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거부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과 헌법이 보장한 노동 3권이 절실한 노동자가 있다”며 “윤석열이 체포되고 새로운 민주주의를 말하지만. 생지옥 조선하청 노동 현실이 바뀌고 외국인투자기업 먹튀가 사라지고 간접고용 노동자가 헌법이 명시한 노동 3권을 온전히 누리고 정리해고와 노조 탄압이 없는 세상이 와야 진정한 민주주의 세상”이라고 강조했다.

노조는 “국회와 야당은 이번에도 탄핵 너머를 상상한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에게 사회적 합의 또는 정권교체가 우선이니 나중에 하라고 할 것이냐”며 “탄핵 이후, 대선 이후가 아니라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법 개정과 관련해 노동계가 정치권에 갖는 불신은 크다. 개정 적기였던 문재인 정부에서는 추진조차 제대로 되지 못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번번이 대통령 거부권(재의요구권)에 가로막혔다. 개정안 발의 과정에서는 노동계가 원했던 원안에서 후퇴한 입법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뤄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나중에 말고 지금’ 구호가 나오는 배경이다.

야권, 여야 합의 핑계로 축소한 노조법 개정안 발의

그러나 올해도 전망은 밝지 않다. 우선 개정안 발의부터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원안 발의를 바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사용자 정의를 하청노동자 등 협소한 수준으로 개정하지 않고, 노동조건 등에 대한 지배력과 영향력을 가진 자로 폭넓게 개정해야 한다는 조항 등이다. 그러나 야권은 여야 합의 등을 이유로 범위를 축소해 발의해 왔다.

발의가 이뤄지더라도 신속한 처리가 가능할지도 미지수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관계자는 “노동계의 신속한 처리 바람을 익히 알고 있지만 대선 국면이 펼쳐지면 워낙 의제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기 때문에 장담이 어렵다”며 “대선의제로 전이할 여지도 크다”고 말했다.

거부권 행사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거부권을 행사할 게 유력한 상황이라 본회의 통과 실익이 크지 않다.

노조법은 노동계 숙원이다.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노동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보는 2조와 파업 범위를 넓혀 불법파업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3조 개정이 뼈대다. 우리나라는 법률만 개정하지 않았을 뿐 법원은 이미 수차례 실질적 지배력설을 수용해 원청에 하청노동자와 교섭하라고 판결했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공동사용자와 실질적 지배력 법리로 원청과 하청의 교섭을 허용한다. 손해배상은 앞서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같은 사건에서 천문학적 손해배상액을 견디지 못한 해고노동자가 자살하는 등 문제가 확산해 개정 필요성이 대두됐다. 조선하청노동자가 2022년 51일간 파업하면서 다시 세간에 주목을 받아 2023년 12월 처음 국회 문턱을 넘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개정이 무산됐다. 지난해 8월에도 재차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거부권에 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