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체가 순장조인가

2025-01-13     김봉신
▲ 김봉신 메타보이스㈜ 부대표

직무가 정지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게 나온다는 ARS 결과를 두고 일부 언론은 탄핵 정국인데도 윤 대통령 지지도가 ‘급등’했다는 식의 보도를 했다. 필자는 이 같은 뉴스를 접하고는, 이제 정말로 보수세력에게 희망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살펴본다.

국정 수행 평가와 지지도를 비교하면 안 된다

먼저 봐야 할 것은 필자에게 전화를 하는 많은 언론인들에게 설명했던 내용이다. 지지도와 국정 수행 평가는 문항이 달라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지지도가 급등했다’는 주장은 그래서 이상하다. 탄핵 가결 이전에는 ‘귀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수행을 잘한다고 혹은 잘못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식의 국정 수행 평가 문항은, 직무 정지 후 ‘지지하느냐’라고 묻는 완전히 다른 문항이 된다. 두 결과는 비교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꼭 지지도와 비교를 하고 싶다면, 득표율과 비교를 하면 된다. 윤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때 48.56%를 득표했다. 77.1%의 투표율인 상황에서였다. 그런데, 최근의 지지도는 ARS에서 대략 35~40%가량 나온다고 한다. 응답률이 4~5% 수준이다. 어떤가, 지지도는 오히려 하락하지 않았는가. 더군다나 정치 고관여자 중심으로 추출하는 ARS에서 4~5% 수준의 응답률을 기록한 가운데 35~40% 정도의 지지도라고 하면 지지도는 빠졌다고 봐야 한다.

‘국정 수행 평가’는 ‘지지도’보다는 탄력적으로 변동하는 특성이 있고, 보통은 ‘지지도’나 ‘호감도’ 대비 낮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업체가 이렇게 ‘평가’를 조사해 발표해 온 것은 대통령의 국정 수행 관련 변동 폭이 큰 지표를 대통령실이 그때그때 참조하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국민의힘, 현재 권력에 거리 두기 실패할 것

보수세력에 희망이 줄어드는 둘째 이유는, 윤 대통령과 거리 두기를 할 수 없게 될 거라는 전망이다. 어느 정권에서라도 4~5년차가 되면 미래 권력으로 등장하는 여당 내 대권주자가 정부 정책에 쓴소리를 내곤 했다. 야당 대권주자만 비판의 날을 세우는 게 아니고, 여권 주자도 현재 권력인 대통령과 다르다고 스스로를 포지셔닝 하지 않으면 정권 말기 국정 수행 긍정률이 하락하는 대통령과 함께 침몰할 수도 있기 때문이겠다. 야권 주자보다도 어쩌면 더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하는데, 이는 내부 사정을 더 잘 알기 때문에 비판에만 그치지 않고 원인 규명과 대책도 함께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거리 두기와 내부 비판이 현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유승민 전 의원을 제외하곤 잘 보이질 않는다. 미래 권력으로 나설 인물이 없는 건지, 아니면 어차피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있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국회에서 탄핵이 가결되는 초유의 사태 앞에서 왜 성찰적 단절, 사과, 그리고 거리 두기가 보이질 않느냐는 거다.

아마도 위의 ARS 결과를 인용해 ‘윤 대통령 지지도가 회복됐다’는 주장에만 집중하게 된다면, 국민의힘 전체가 순장조가 된다고 전망해도 과하지 않게 된다.

초고관여 지지자의 ‘자기최면’

최근 여론조사 응답률을 올려주고 결과에 영향을 주는 집단은 정치에 고관여된 보수 성향자인 것으로 보인다. 위와 같은 ARS 결과도 결국 이런 응답자가 적극적으로 응답해 준 영향이 있다. 다른 여론조사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본다면 이같이 일부 보수 성향자가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을 매우 강하게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과연 자신들이 지지하는 세력, 즉 국민의힘 혹은 윤 대통령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는 생각해볼 일이다. 적극적으로 응답해서 만들어진 결과를 다시 인용해 비교해서는 안 되는 비교치를 만들어서 다시 유포하고, 그렇게 다시 여론조사 응답 적극성을 띄게 하는 방식이 갖는 한계는 뚜렷하다.

중도 성향자와 스스로를 완전히 분리시키는 ‘자기최면’에 머무르는 게 된다. 이 같은 일부 보수 성향자에 의해 만들어지는 여론이 여론조사에 잡히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 수치에 취해 미래로 나가지 못하게 되는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문제가 된다. 이 같은 순환고리를 끊지 못한다면, 국민의힘은 앞으로 중도 성향자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통로를 완전히 잃게 될 수도 있겠다.

이재명 대표 지지도 고공행진의 원동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두고 난리다. 탄핵 국면이지만 민생행보를 해보겠다는 이재명 대표를 두고 벌써부터 대통령 행세를 한다는 비판을 하는 쪽이 있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는 이재명 대표의 지지도를 저렇게 높게 올려준 쪽이 바로 그렇게 비판을 하는 쪽이다.

이재명 대표의 지지도 추이를 대략 살펴보면, 계엄 선포 후에 가파르게 올라갔다. 물론 그 전에도 낮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처럼 높은 지지도는 계엄 선포 이후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역설적이게도 반대하는 인물의 지지도를 극단적으로 높여주고 있다는 것은, 자신들의 주장이 중립지대에 분포해 있던 다수 중도 성향자를 이재명 대표를 지지하는 방항으로 밀어내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니 ‘윤 대통령 지지도가 급등했다’라는 주장이 계엄을 찬성하는 데까지 이어진다면, 그 결말은 국민의힘의 패배일 가능성이 크다.

굿하트의 법칙이 있다. 어떤 현상을 측정하고 관리하기 위해 지표를 만들면, 꼭 그 지표에 함몰돼 본질인 현상보다는 지표 그 자체를 올리기 위한 다른 개입이 있게 되고 결국 지표로 관리하려던 본래 의미는 퇴색된다는 거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도’라는 게 딱 그렇다.

결국 윤 대통령 ‘지지도’ 문항을 넣어 조사한 결과는, 조사 업체나 그 조사를 의뢰한 언론사가 의도하지 않았겠으나 국민의힘이라는 보수세력을 대표하는 정당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메타보이스㈜ 부대표 (bongshin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