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체포” 농민 트랙터 행진, 남태령서 경찰과 밤샘 대치
한남동 대통령 관저 향하다 경찰에 막혀 … 노동·사회단체도 집결, 20시간 이상 밤샘 대치
트랙터를 몰고 상경해 윤석열 대통령 체포와 구속을 촉구하려다 경찰에 막혀 서울 서초구 탐태령역 인근에서 20시간 넘게 발이 묶인 농민들이 시민들에게 연대를 호소했다.
전농과 여성농민회총연합,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22일 오전 남태령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게 행진을 방해하지 말라고 촉구하고, 시민들에게 남태령역으로 모여줄 것을 호소했다.
“기필코 한남동 가 윤석열 끌어내리겠다”
하원오 전농 의장은 “전봉준투쟁단 트랙터가 전국을 돌아 서울에 입성했지만 남태령에서 막혀 있다”며 “윤석열은 물론 그에 동조한 세력과 내란에 참여한 잔당을 다 처벌해서 사회대개혁을 이루기 위해 전봉준투쟁단 트랙터는 기필코 한남동으로 가 윤석열을 끌어내리겠다”고 강조했다. 하 의장은 “어제(21일) 12시(정오)께부터 남태령에서 경찰에게 막힌 뒤 한시도 쉬지 않고 함께 투쟁해 준 시민에게 감사하다”며 “더 힘을 모으고 힘찬 투쟁을 열어야 한다. (시민들도) 함께해 주시고, 끝까지 (투쟁)해서 사회대개혁을 완수하는 데 함께하자”고 강조했다.
박석운 비상행동 공동의장은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는 계엄군의 장갑차와 대비해 주권자인 국민의 적극적 저항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트랙터가 당초 신고한 대로 행진을 했다면 교통방해도 없고 국민이 불편하지도 않고 국민의 저행권 행사도 보다 강력하게 드러났을 텐데 내란수괴의 앞잡이 경찰이 버스로 길을 막아 오히려 교통방해를 야기했다”고 비판했다.
시민 1천명 넘게 밤샘 연대 “남태령이 우금치”
김재연 진보당 대표는 “밤새 남태령은 시민들이 방한용품은 물론 구강청결제까지 챙겨와 연대하고, 혹여나 물품이 동이 날까 서로 양보하며 질서정연하게 지샌 공간이었다”며 “경찰 앞에서 차 빼라며 우렁차고 용감하게 소리를 지른 시민들은 춥고 힘들고 때로는 겁나고 무서운 시간을 보내면서도 이 자리를 책임지고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던 연대의 장이었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남태령이 2024년의 우금치”라며 “반드시 이 고개를 넘어 대통령 관저로 향해 내란수괴와 공범을 갈아엎고 사회대개혁을 실현하겠다”며 “경찰은 평화시위를 보장하고 폭력으로 연행한 석방하라. 더 이상 내란공범 자처 말고 차(경찰버스) 빼라”로 강조했다.
앞서 농민들은 21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체포·파면 촉구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 16일 경남 진주와 전남 무안에서 트랙터를 몰고 상경을 시작했다. 21일 오후 1시께 동작대교부터 통제가 시작됐고 남태령역 인근에서 트랙터 30여대와 화물차 50여대가 발이 묶였다. 경찰은 교통불편을 이유로 양방향 도로에 차벽을 세워 행진을 막았다.
대치가 이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21일 오후 집회를 마친 시민들이 귀가하지 않고 남태령역으로 모여 한때 3만명이 농민집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경찰의 행진 방해에 항의하던 민주노총 조합원 2명이 연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밤을 새면서 1천명으로 줄어든 집회참여자는 22일 오전 다시 3천명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농은 이날 오후 남태령역에서 집회를 열고 다시 한남동 관저 방향 행진을 재개할 계획이다. 당초 이날 별도 일정이 없었던 민주노총은 긴급지침을 하달하고 남태령역 앞으로 조합원을 소집했다.
집회 참가 차량 봉쇄, 법원 잇따라 “위법” 판결
교통불편 등을 이유로 차량시위를 막는 것은 판례상 불법이다. 대법원은 2008년 집회 참가를 위해 상경하던 시민을 원청봉쇄한 경찰 공무집행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2016년 11월 서울행정법원은 트랙터를 몰고 청와대 앞으로 행진하려던 농민 집회를 금지한 경찰의 옥외집회금지 통고처분 집행을 정지하기도 해 집회와 행진을 허용하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7월 농기계 상경시위를 막은 경찰에게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