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3명 인선 ‘어깃장’ 윤석열 지키기 나선 여당
여 “권한대행, 헌법재판관 임명 못해” … 야 “인사청문 구성 협조하라, 최후통첩”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심리할 헌법재판관 추가 인선을 두고 여야의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헌법재판소 6인 체제를 유지하려는 여당과, 여당이 협조하지 않으면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특별위원회를 단독 개최하겠다는 야당이 충돌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회동을 주재해 여야가 만났지만 고성만 오갔다.
야당 “오늘까지 기다린다”
여당은 17일 야당의 헌법재판관 추가 인선을 막아섰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결정 전까지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정원 9명인 헌법재판관 가운데 공석은 국회 추천 몫 3명이다. 야당은 연내에 인선 절차를 끝내고 9명 체제로 윤 대통령 탄핵 심리를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헌재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6명 이상 찬성으로 탄핵을 인용할 수 있다. 3명이 공석이라 전원 찬성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재판관 중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정형식 재판관이 포함돼 있어 야당 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크다.
여당은 이 점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한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 임명권이 없다며 청문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여야가 이미 국회 몫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정계선 서울서부지법원장과 마은혁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조한창 변호사(법무법인 도울)를 각각 추천하고 인사청문회 위원까지 정했는데 돌연 말을 바꾼 셈이 됐다.
김한규 민주당 인사청문회 간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권 원내대표는 어제까지만 해도 개인 메신저를 통해 전임 원내대표가 이미 인사청문위원 명단까지 제출했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청문절차를 거부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였다”면서 “밤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누구와 협의했는지 갑자기 태도를 바꿔 청문을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최후통첩”이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여당에게 “오늘까지만 기다리겠다”며 “끝까지 인사청문회 구성을 거부하면 내일 (오전) 10시에 특위를 구성하고 관련 절차를 진행할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 회동에도 빈손
여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의 주재로 만나서도 날을 세웠다. 모두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우 의장과 두 원내대표의 회동에서는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가 먼저 “헌법재판관 인사청문회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권 원내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결정 전인 2017년 2월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헌법재판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형식적인 임명권’이라고 했다”며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임명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2017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권 원내대표는 당시 이정미 헌법재판관 후임을 대법원장이 지명하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도 박 원내대표처럼 지난 2017년을 꺼내들며 불쾌함을 드러냈다. 권 원내대표는 “오늘 원내대표로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뵙는 자리인데 정치 공세를 일관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다”며 “8년 전 민주당의 추미애 당대표와 우상호 원내대표 등이 모두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임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는데 그때는 되고 지금은 안 된다는 논리가 어떻게 성립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회동이 끝나고 권 원내대표와 박 원내대표가 떠난 뒤 브리핑을 진행한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와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신경전을 벌였다. 박형수 수석부대표는 “헌법재판소가 6명으로 재판이 가능한데 민주당이 왜 서두르겠냐”며 “민주당 추천 2명을 더 넣어 심리를 유리하게 하기 위해”라고 말했다. 박성준 수석부대표는 “정정당당하게 헌법재판을 진행하고 윤석열을 단죄하겠다는 입장을 내는 게 국민에게 호소력이 있다고 본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