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 사퇴, 지지자들에 “포기 않겠다”
친윤계 ‘한동훈 잘라내기’ 성공 … 여당, 오늘 오후 의총서 비대위 논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오전 사퇴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하자 여당 내에서 후폭풍이 지속하는 가운데, 친윤계 중심의 ‘한동훈 잘라내기’가 성공한 모양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 국민의힘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들 사퇴로 최고위가 붕괴돼 더이상 당대표로서 정상 임무수행이 불가능해졌다”며 “이번 비상계엄 사태로 고통받으신 모든 국민들께, 탄핵으로 마음 아프신 지지자분들께 죄송하다”며 허리를 숙였다.
지난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찬성 204표로 가결하자, 본회의 뒤 열린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탄핵에 찬성해 왔던 한 대표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범야권 의석수가 192석인 점을 고려할 때 여당에서 12표의 찬성표를 던졌다는 계산이 나오는데, 친윤계를 포함한 중진 의원들이 한 대표 책임론을 꺼내들었다. 이어 장동혁·진종오·김민전·인요한 국민의힘 최고위원들이 사퇴를 표명하고, 김재원 최고위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한동훈 지도부 체제가 무너졌다.
한 대표는 12·3 내란사태가 “불법 계엄”이라는 주장을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리 국민의힘은 12월3일 밤 당대표와 의원들이 국민과 함께 제일 먼저 앞장서 불법계엄을 막아 냈고, 그것이 진짜 보수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계엄을 해제하지 못했다면 다음날 아침부터 거리로 나온 우리 시민과 우리 젊은 군인들 사이의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수도 있었고, 그날 밤 저는 그런 일을 막지 못할까 봐 너무 두려웠다”고 말했다.
질서 있는 퇴진안 도출이 무산되자 탄핵소추안에 찬성하자고 주장한 일을 후회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한 대표는 “마음 아프신 우리 지지자 분들 생각하면 고통스럽지만, 여전히 후회하지 않는다”며 “어떤 일이 있어도 주권자, 국민분들을 배신하지 않기로 약속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엄이 잘못이라 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의 폭주와 범죄혐의가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이재명 대표의 재판 타이머는 멈추지 않고 가고 있고, 얼마 남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을 마친 한 대표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국회 본청을 나섰다. 지지자들이 국회 안에 모여 한 대표의 이름을 연호하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 대표는 차에서 내려 “저는 포기하지 않는다”고 외쳤다. 한 대표가 사퇴하며 비상대책위원회 전환 절차를 밟게 된 여당은 이날 오후 예정된 의원총회에서 비대위 구성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