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밝은 것
2024-12-16 정기훈 기자
한밤의 계엄. 헬리콥터가 날아왔고, 어둠이 내려왔다. 눈 밝은 사람들이 달려와 검은 총구를 몸으로 막아섰다. 밤이 깊고 또 길었다. 눈 부릅뜬 사람들이 잠들지 못했다. 다시 찾아온 밤, 촛불이 거세게 번졌다. 각양각색 응원봉이 꺼질 줄 모르고 출렁거렸다. 다시 만난 세상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누구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자칫 위태로웠을 민주주의를 응원했다. 노조 깃발 앞장서 막힌 길을 열었고, 거기 맨 앞자리에 앉은 밝은 표정의 청년들이 추위와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치고 춤췄다. 새 시대의 노래와 새로운 구호가 넘실댔지만, 팔박자 구호만 알던 이들도 그 자리가 낯설지는 않았다. 나라가 어두울 때, 집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사람들이라고 어느 외신이 평했다.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잠시 얼어붙었다. 숨죽였다. 마침내 전해진 가결 소식에 환호하던 사람들 표정이야말로 그중에 가장 밝은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