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밝은 것

2024-12-16     정기훈 기자

한밤의 계엄. 헬리콥터가 날아왔고, 어둠이 내려왔다. 눈 밝은 사람들이 달려와 검은 총구를 몸으로 막아섰다. 밤이 깊고 또 길었다. 눈 부릅뜬 사람들이 잠들지 못했다. 다시 찾아온 밤, 촛불이 거세게 번졌다. 각양각색 응원봉이 꺼질 줄 모르고 출렁거렸다. 다시 만난 세상이 밤하늘에 울려 퍼졌다. 누구나의 평화로운 일상을, 자칫 위태로웠을 민주주의를 응원했다. 노조 깃발 앞장서 막힌 길을 열었고, 거기 맨 앞자리에 앉은 밝은 표정의 청년들이 추위와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외치고 춤췄다. 새 시대의 노래와 새로운 구호가 넘실댔지만, 팔박자 구호만 알던 이들도 그 자리가 낯설지는 않았다. 나라가 어두울 때, 집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나오는 사람들이라고 어느 외신이 평했다. 찬바람 부는 거리에서 사람들이 잠시 얼어붙었다. 숨죽였다. 마침내 전해진 가결 소식에 환호하던 사람들 표정이야말로 그중에 가장 밝은 것이었다.

▲ 늦은 밤, 헬리콥터가 날았고, 어둠이 내려왔다. 지난 3일 계엄군이 국회 본관에 진입하려고 하자, 시민과 당직자, 보좌진 등이 이를 막고 있다.

 

▲ 비상계엄에 잠들지 못한 시민들이 지난 4일 저녁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퇴진 촛불을 밝히고 있다.
▲ ‘이것이 신식 촛불이라고’, 국회 앞 촛불행동이 이어졌다. 지난 6일 집회에 나온 노동자들이 엘이디 촛불을 들고 윤석욜 퇴진을 외치고 있다.
▲ 지난 7일 1차 탄핵안 표결 당시 국회 앞에 모인 노동자 시민들이 투표 불성립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분노한 시민의 함성이 국민의힘을 향했다.
▲ 지난 14일 2차 탄핵안 표결 당시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각양각색 응원봉을 들고 환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