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중인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 2년 전 외침 그대로 “이대로 살 수 없다”
김형수(51·사진)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장은 202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동자 파업 이후에도 합의 이행을 요구하며 단식을 했다. 2년3개월여가 흐른 지금 그는 다시 국회 앞 단식에 나섰다.
2년 전 파업은 “이대로 살 순 없지 않느냐”며 하청노동자 스스로 철장에 몸을 가둔 투쟁으로 열악한 조선소 하청 노동환경을 사회에 알렸다. 파업 51일 끝에 노사 합의로 일단락됐지만 합의가 해결은 아니었다. 파업 중단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에도 김 지회장은 거리에서 사측이 고용승계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며 외쳤었다. 그리고 지난달 20일, 그는 여전히 하청노동자 처우개선을 외치며 곡기를 또 끊었다.
김형수 지회장은 “조선소 안에 천막조차 못 치게 할 정도로 하청노동자의 노조할 권리가 보장되지 않는 현실에서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이것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는 13일째(2일 기준) 단식 중인 김형수 지회장을 2일 국회 인근에서 만나 하청노동자 실태 등에 대해 물었다.
“이중구조 개선? 삼중구조로 심화 … 호황인데 하청은 임금체불”
- 단식에 나서게 된 이유는.
“2022년 파업 이후 (정부가) 조선업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격차를 해소하겠다고 했지만 실질적으로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로 인력공백을 메워) 이중구조가 아닌 삼중구조가 됐고, 조선업 호황으로 원청은 흑자가 났지만 하청노동자들은 임금을 체불 당했다. 임금인상과 처우개선을 위해 올해 하청업체와 교섭을 하고 있지만 원청이 나서지 않으면 풀기 어려운 문제다. 한화오션을 움직이려고 조선소내 선각삼거리에 천막농성을 하려고 했는데 원청은 구사대를 동원해서 천막을 부수고 설치를 막았다. 절박함을 알리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투쟁이 단식밖에 없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국회로 상경했다.”
김형수 지회장은 상경해 국회 앞에서 단식을 하지만 강인석 부지회장은 여전히 거제 한화오션 삼각사거리에서 천막 없이 단식을 한다.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을지로위원회·경남도당은 한화오션 농성장을 방문해 한화오션측에 천막 설치 등을 촉구했지만 아직까지 천막은 설치되지 못했다. 한화오션은 안전상 문제와 물류이동 방해를 이유로 농성 장소를 외업 복지관 앞으로 옮기면 천막을 설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형수 지회장은 “외업 복지관은 하청노동자들이 쉬는 공간인데 그 앞에 천막을 치라는 것은 사실상 노노갈등을 부추기려는 것”이라며 “애초에 회사에 허락을 받고 노조활동을 하라는 것은 고유한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회장이 단식 장소를 국회 옮긴 것은 손해배상 소송 문제 해결을 촉구하기 위함도 있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10월 손배 소송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서 중재 노력을 하면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런데 한화오션은 여전히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김형수 지회장은 최근 한화오션이 한국형차기구축함(KDDX) 설계 유출 사건 관련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소·고발을 취하한 것을 두고 “HD현대중공업에 대해서는 국익과 협력적 관계 구축을 위해 취하한다면서 하청노동자 투쟁에 대해서는 배임 등을 이유로 취하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노조탄압을 위한 소송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저임금구조 그대로, 노동환경은 더 위험”
- 단식농성을 시작한 이유가 2022년 파업 당시 요구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다. 지난해에도 2022년과 마찬가지로 상여금 회복을 요구했다. 올해 상여금 회복은커녕 임금체불이 심화됐고 지난해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한 ‘상여금 50% 회복’도 아직 지급되지 않고 있다. 하청업체에서는 ‘원청에서 돈(기성금)이 안 나오니까 지급 못한다’고 한다.”
- 2022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것은 없나.
“한화오션으로 경영진이 바뀌었다. 그런데 현장은 오히려 더 위험해진 것 같다. (올해 한화오션에서 원·하청 노동자 5명이 숨졌다.) 지난 9월9일 발생한 추락사고만 보더라도 안전조치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데 ‘오늘 끝내야 한다’고 잔업을 강요해서 벌어진 일이다. 한화오션은 대규모 안전투자를 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상 현장에서는 (소음성 난청 예방을 위한) 일회용 귀마개조차 한 달에 4개 지급되던 것이 2개로 줄었다.”
- 원청은 중대재해 재발방지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하청 노조 대표성을 이유로 구성이 지연되고 있다.
“대표성이라는 게 꼭 숫자로만 이야기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원청은 하청업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논의된 의견을 수렴해서 안전문제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위에 지회가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그 회의가 제대로 진행되는지, 현장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는지 의문이다. 표면적으로 대표성을 문제 삼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노동조합이 산업안전 문제에 개입하는 게 싫은 것 같다.”
“노동 현장 차별 해소부터”
- 2022년 파업 관련 형사재판 선고가 얼마 남지 않았다. 10월 창원지법 통영지원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김 지회장에게 징역 4년6개월을 구형했다. 법정 구속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현실 위에서 또 다른 것을 계획하고 이야기해야 한다. (구속이 되면) 그 다음을 준비하고 이후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할 것이다.”
- 국회나 정부에 바라는 게 있다면.
“국회는 입법부로서 사회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고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는데 진영논리에 갇혀서 대립적인 모습만 보이고 있다. 실제 민생이나 노동현장 문제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많은 문제들 중 핵심 문제는 노동 현장의 차별에서 비롯된다. 노동 현장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회적 문제 또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차별 해소를 위해서라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3조 개정과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