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기금 여유자금 ‘국책은행 지원에 사용하자”

20조원 시중은행에 예치 중 ... 금융경제연구소 “중소기업 지원 활용 가능”

2024-12-01     제정남 기자
▲ 정부기금 중 예금은행에 예치한 여유 금융자산을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예치·대여해 중소기업 지원과 신성장산업 활성화를 돕도록 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사진은 지난 11월28일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등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주최한 ‘정부기금 운용 공공성 강화’토론회 모습.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정부기금 중 예금은행에 예치한 금융자산을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예치·대여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국책은행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금융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국책은행 자본확충 지원, 공공투자로 이어져야”

1일 금융경제연구소의 ‘정부기금 운용의 공공성 강화를 통한 경제활성화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정부기금 금융자산 중 예금은행에 예치한 금액은 20조3천억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운용 금융자산 666조원의 3%가량이다.

정부는 특정 목적 달성을 위해 법률에 따라 각종 기금을 운용한다. 기후대응기금·소상공인시장진흥기금·기술보증기금 등이다. 정부는 68개 기금을 재원으로 정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기금은 특정 회계연도 수입을 같은해에 모두 지출하지 않기 때문에 여유자금이 발생한다. 현재 정부는 0% 이자율의 한국은행이나, 수익성을 고려해 시중은행에 예금으로 예치하고 있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혜경 소장은 이런 여유자금을 활용해 사회경제적 위기 대응과 신성장 동력확보를 위한 시장선도형 공공투자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기업은행을 포함한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지원해 자금조달이 원활하도록 하고, 해당 국책은행이 공공이익에 도움을 주는 사업과 대상자를 다시 지원하는 형태를 만들자는 취지다. 여유자금 활용이 가능하도록 국가재정법에 국책은행 대여·예치 비중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자고 개정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기금 국책은행 대여·예치 명시’
국가재정법 개정 논의 이어질 듯

지난달 29일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와 금융경제연구소,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이 주최한 ‘정부기금 운용 공공성 강화’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도 이런 주장에 대체로 동의했다. 당시 토론자로 참석한 나원준 경북대 교수(경제학)는 “국책은행 재무안정성 강화와 유관기금 여유자금의 관리 책임을 국책은행에 부여하는 것은 공익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며 “여유자금을 무이자인 한국은행에 예치하지 않도록 하고 기업은행을 포함한 국책은행에 예치·대여하는 방법으로 운용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자금조달을 위해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비중을 늘리고 있는 기업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닥치고 있다. 높은 금리를 내야 하는 중금채를 활용하면서 겪는 문제다. 심형준 IBK경제연구소 팀장은 “여유자금 예치금액을 기업은행에 저원가성 예금으로 예치한다면 중소기업 대출 지원과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 지원을 보다 확대해 나갈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말했다.

정부기금 여유자금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국회 입법 논의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장식 의원은 “정부기금 여유자금을 산업은행·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의 국책은행에 예치하면 국책은행 설립 목적에 맞는 공적운용이 가능해질 것”이라며 “금융산업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제도개선을 위한 입법 절차를 빠르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박홍배 의원은 “정부기금을 경제정책과 연계해 운용하고, 중소기업과 신성장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며 “(국책은행을 강화하는 것은) 시중은행의 외국인 지분 배당 역외 유출을 방지할 기회로 이어져 국내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