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 소송 참여자에 대한 차별을 부당노동행위로 본 판결

이환춘 변호사(법무법인 지암)

2024-11-20     이환춘
▲ 이환춘 변호사(법무법인 지암)

1. 사실관계

전국금속노동조합은 2006년 12월께 한국지엠 소속 사무직원들을 대상으로 통상임금 소송 참가자를 모집했다. 소송 내용은 조사연구수당 등을 통상임금에 산입해 법정수당을 재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금속노조는 조합원만이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할 수 있다고 공지했다. 이에 한국지엠 주식회사는 같은 달 “조사연구수당의 신설 취지와 상반되는 결과가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법적 판단은 존중할 것이며, 전 사원을 대상으로 이에 대한 설명 및 관련 절차를 이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공지했다.(2006년 공지).

금속노조는 2007년 3월26일 서울중앙지법에 소를 제기했고, 대법원은 금속노조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하는 취지로 판결을 선고했다(2021년 6월10일 확정). 한국지엠은 2021년 12월31일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직원(소송 미제기자)들에게는 전체 소송의 임금청구 기간인 10년 치 임금을 지급했으나, 소송에 참여한 직원(소송 제기자)에게는 해당 소송에서 청구한 기간에 대한 임금을 지급했다(이 사건 차별지급).

이에 금속노조는 이 사건 차별지급은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주장하면서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2022년 4월20일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며 구제신청을 기각했으나, 중앙노동위원회는 2022년 7월28일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는 성립하지 않으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는 성립한다며 일부 인용 판정을 했다(이 사건 재심판정). 이에 한국지엠과 금속노조 모두 이 사건 재심판정에 불복해 2022년 9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올해 10월25일 이 사건 차별지급이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모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대상판결).

2. 쟁점의 정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1호의 불이익 취급 부당노동행위와 4호의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는 노동조합과 관련된 사용자의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이 사건에서 사용자인 한국지엠은 소송 제기자 중에도 비조합원이 있고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둔 것이 아니므로 이 사건 차별지급은 노동조합과 무관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이 사건의 쟁점은 ① 노조 주도 통상임금 소송을 노동조합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② 조합원 여부가 아닌 다른 기준을 적용한 간접적인 차별에 대해 부당노동행위 의사를 인정할 수 있는지다.

3.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이 사건 차별취급은 노동자가 노동조합의 업무를 위한 정당한 행위를 한 것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고, 이 사건 차별지급으로 인해 근로조건 유지·개선을 위한 금속노조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을 사용자의 의도대로 변경시키려 하는 것이므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가. 대상판결은 금속노조 주도하에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것은 정당한 노동조합 활동이라고 봤다. 그 근거로 ① 금속노조 주도로 조사연구수당 등에 관한 통상임금 문제가 제기됐고, 통상임금 소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금속노조에 가입해 조합원 지위에서 소송을 제기해야 했고, ② 금속노조는 소식지에 소장의 접수 등 진행 경과에 대해 지속적으로 알려 왔고, ③ 조사연구수당 등이 통상임금 산정에 고려돼야 하는지 여부에 관한 법률적 판단을 받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도록 추진하는 것은 노동조합의 목적인 근로조건의 유지개선, 기타 근로자의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행위이며, ④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이 주도한 소 제기에 참여하는 방법 이외에 개별적으로 회사를 상대로 조사연구수당 등의 통상임금 해당성을 다투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나. 대상판결은 한국지엠의 부당노동행위 의사도 인정했다. 그 근거로 ① 통상임금 소송의 제기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하면 제기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이고, ② 통상임금 소송 제기는 노동조합 활동의 일환으로 금속노조의 주도하에 이뤄졌고, 한국지엠은 금속노조가 소송에 참여할 조합원 모집 당시 조사연구수당 등 통상임금 지급 문제는 법적 테두리 내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할 문제이지 조합원 가입 여부에 따라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취지의 공지를 했고, ③ 한국지엠은 이 사건 소를 제기해 노동조합의 정당한 활동에 참여한 근로자들과 그렇지 않은 근로자들을 ‘소 제기’ 여부에 따라 차별해 임금을 지급했고, 그러한 차별취급의 이유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 한국지엠은 이 사건 차별지급이 발생한 2021년 12월31일을 기준으로 소송 미제기자 중 금속노조 조합원인 576명은 10년 치 임금을 지급받은 반면, 소송제기자 중 차별지급 당시에 비조합원인 근로자 691명은 판결에 따른 임금만 지급받았다는 점에 비춰 보더라도, 이 사건 차별지급이 노동조합 가입 여부나 노동조합 활동 여부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 소송의 제기 및 그 결과에 따라 발생한 것에 불과하므로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나 대상판결은 금속노조의 정당한 활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통상임금 소송 제기 근로자들에 대해 임금을 차별 지급하는 불이익을 준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임금의 차별지급 당시 10년 치 임금을 지급받은 조합원이 있다거나 판결에 따른 금원만 지급받은 비조합원인 근로자가 있다는 사정은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의 성립을 인정함에 있어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4. 대상판결의 의미

최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는 직접적으로 특정 노조의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라, 노조가 주도하는 소송 참여 여부를 기준으로 불이익을 주는 등 간접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번 판결은 간접적인 방식의 차별을 부당노동행위로 판단한 점에 의미가 있다.

한편 중앙노동위원회가 이 사건 차별지급을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만 판단한 것에 비해 대상판결은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손해배상 청구로 이 사건 차별로 인한 손해(재산상 손해)를 구제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만 해당한다고 판단된 경우 손해배상 청구에서 정신적 손해(위자료) 외에 재산상 손해를 전보받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참고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들은 2023년 10월 이 사건 차별지급을 이유로 재산상 손해를 청구하는 손해배상소 송을 제기해 인천지방법원 2023가합58595 사건으로 계속 중이다.

유사한 사건으로 한화테크윈(현 한화에어로 스페이스)이 소수노조인 금속노조가 주도한 통상임금 소송 참여자에 대해 다수노조인 기업노조와 합의로 타결금 지급에 불이익을 준 사례가 있는데, 부산고법 2018. 12. 13. 선고 (창원)2018나11667 판결은 그러한 합의는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로서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사용자는 재산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에서 상고 기각으로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