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철도공단 사업 민간위탁 확대하나
‘사업 위탁 민간법인 정의 구체화’ 국가철도공단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국토교통부가 국가철도공단이 시행하는 사업의 일부를 위탁받을 수 있는 민간법인의 정의를 구체화하는 국가철도공단법 시행령 개정에 나섰다. 국토부는 미비했던 법령의 정비라는 입장인데, 일각에서는 철도 민영화 계획의 일환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철도 유지·보수 민간위탁 가능성 배제 못 해
19일 <매일노동뉴스> 취재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18일 “국가철도공단법 22조는 이사장이 공단이 시행하는 사업의 일부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민간법인에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지만 대통령령에 민간법인의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아 이를 정리하려 한다”며 국가철도공단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입법예고 기간은 내년 1월10일까지다.
국가철도공단은 국가 철도시설을 건설·관리하는 사업을 수행하는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이다. 공단은 여객·화물 운송 등 철도운영 사업과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위탁한다.
이번에 입법예고된 국가철도공단법 시행령 개정안은 23조의2를 신설하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조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민간법인을 ‘사회기반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민간투자법)’ 13조에 따라 사업시행자의 지정을 받은 법인 혹은 공단이 출자해 설립한 법인으로 정의했다. 민간투자법에 따른 사업시행자란 철도 설립 등에 참여한 특수목적법인(SPC) 민간시행사 등을 가리킨다. 공단이 민간 혹은 공단 출자 설립법인에 공단시설 운영을 맡길 근거가 명확해지는 것이다.
노동계는 국토부의 이런 움직임이 지난해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도산업법) 개정 추진과 맞닿아 있다고 본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가 재정이 투입된 철도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 맡기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철도산업법 38조의 단서조항 삭제를 추진했다. 철도시설의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서 분리해 국가철도공단을 포함해 다른 업체가 맡을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노동계는 해당 법안을 ‘민영화 추진 법안’이라고 본다. 코레일이 맡고 있는 유지·보수 업무를 국가철도공단으로 넘기게 될 경우 해당 업무를 민간에 위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법 개정안은 올해 21대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지만 22대 국회에서도 추진 가능성이 있다.
코레일 유지·보수 업무 이관 움직임? 사업 확장 의지?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행령 개정안을 보면 민간투자법에 따른 사업시행자, 즉 민간투자사인 특수목적법인(SPC)의 지정을 받은 업체에 위탁을 줄 수 있는 것을 명확히 한 것”이라며 “철도산업법의 단서조항이 아직 바뀌지 않은 상태라 당장 영향은 없겠지만 단서조항이 개정되면 국가철도공단이 법적 안정성을 가지고 외주화를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백남희 철도노조 교육선전실장은 “철도산업법 개정이 한창 논란이 될 때 철도공단 이사장은 유지·보수업무가 넘어오더라도 자체 인력을 관리하고 자회사 형태로 운영하겠다고 밝힌 적 있다”며 “국가공단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유지·보수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을 주거나, 민간에 넘기겠다는 것을 공공연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코레일의 유지·보수 업무를 이관하는 목적만은 아닐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단순히 철도공사의 유지·보수 업무 이관만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 국가철도공단에서도 사업 영역이 커지다 보니, 사업을 떼서 수행하려는 것 아닐까 한다”며 “공단은 철도시설의 관리청이기 때문에 이런저런 사업을 하는 것이 좀 안 맞을 수 있는데 출자하는 자회사에서 할 수 있도록 여러 차원의 검토를 복합적으로 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앞서 국가철도공단은 철도 부문 민간투자에 출자자로 직접 참여할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가철도공단법은 (일부 사업을 위탁할 수 있는) 민간법인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게 돼 있는데, 정해 놓지 않은 상태였다”며 “미진한 부분을 이번에 개정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