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승계 거부된 하청노조 간부 출입 제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

HD현대삼호 관련 전남지노위 판정 … 하청노동자 부당해고도 인정

2024-11-18     어고은 기자
▲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사내하청업체 변경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거부된 하청 노조 위원장의 사업장 출입을 월 8회로 임의로 제한한 원청의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본 노동위원회 판정이 나왔다. 고용승계 거부 이전에는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조합활동을 보장하다가 고용승계 거부 이후 ‘비종사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출입을 제한한 것은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단결권을 침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15일 금속노조가 HD현대삼호 원청과 하청업체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와 하청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를 인정했다. 18일 <매일노동뉴스>가 최근 당사자에게 송달된 전남지노위 판정문을 살펴보니,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5조3항에 따라 고용승계가 거절된 자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경우 일정 시기까지 종사근로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원청이 사업장 출입 횟수를 제한하거나 저지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고용승계 거절된 자도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시 종사근로자로 간주”

최민수 금속노조 전남조선하청지회장과 부지회장은 HD현대삼호 사내하청업체에서 파워공으로 일하다 기존 업체가 폐업한 뒤 신규 업체에 고용승계가 거부되면서 올해 6월1일 일자리를 잃었다. 해고 이후 사업장 출입도 제한받았다. 원청은 6월10일 이들의 사업장 출입을 제지하고 이후 ‘월 8회로 출입을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전남지노위는 지회장과 부지회장의 사업장 출입 횟수를 제한하거나 저지한 행위 자체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청업체 교체시 새로운 업체가 고용승계를 거절하는 경우도 노조법 5조3항에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경우 일정 시기까지 종사근로자로 간주하는 ‘해고된 자’에 포함된다며 “고용승계 거부 이전에는 횟수 제한을 두지 않고 조합활동을 보장했으나 고용승계 거부 이후 비종사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사업장 출입 횟수를 제한하거나 출입을 저지하는 행위는 노조에 실질적인 영향력과 지배력을 행사해 노조활동을 위축시키고 단결권을 침해하는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노조법 5조3항에 따르면 종사근로자인 조합원이 해고돼 노동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한 경우 중노위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 종사근로자로 본다.

면접태도 불량 이유로 고용승계 거절?
“실질적으로 정당한 노조활동 때문”

전남지노위는 하청업체가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은 부당해고이며 부당노동행위라고도 판단했다. 신규 하청업체가 새로운 사업을 수행하는 게 아니라 기존 사내하청업체의 일부 업무를 맡고 있는 점, 신규 업체에 채용되기를 희망한 기존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중 지회장과 부지회장만 채용이 거절된 점 등을 근거로 고용승계기대권이 있다고 봤다.

하청업체측은 기존 업체가 수행하던 업무를 또다른 업체와 분담하면서 필요한 근로자수가 줄어들었고, 지회장과 부지회장의 면접태도가 불량해 채용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전남지노위는 지회장과 부지회장을 해고한 이후에도 추가 인원을 채용했고, 면접의 공정성·객관성·신뢰성이 담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고용승계 거부는 불이익 취급 및 지배·개입 부당노동행위라고 인정했다. 전남지노위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2022년 여름 이후부터 공개적 노조활동을 했는데 지회장과 부지회장만 노조 간부로 드러난 점, 공개적 노조활동 이후 첫 사내하청업체 교체 과정에서 신규업체에 채용되지 않은 사람은 지회장과 부지회장뿐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표면적으로는 면접태도 불량을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 정당한 노조활동을 이유로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이라고 봤다.

이에 전남지노위는 하청업체에는 지회장과 부지회장을 원직에 복직시키고 해고 기간 동안 임금상당액을 지급하라고 주문했다. 또한 원청과 하청에 각각 판정 내용을 모든 노동자가 볼 수 있는 게시판에 게시하라고 구제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