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플러스 사태 장기화, ‘빚더미’에 앉은 피해자들
“‘배달판 티메프 사태’인데 피해자 지원은 나 몰라라”
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도 정산금을 받지 못한 ‘만나플러스 사태’가 정부 지원책이 실종된 채 장기화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대부분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던 소상공인들로 최소 수천만 원에서 최대 수억 원에 이르는 피해를 입어 빚에 시달리고 있다. 이들은 사법당국의 빠른 조사와 함께 정부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한다.
배달대행업체 사장들에 피해 집중
“라이더·가맹점 정산금 대신 인출해 줘”
지난 8월 결성된 ‘만나플러스 비상대책위원회’에는 현재 900여명의 피해자가 함께하고 있다. 5월부터 본격화한 만나플러스 사태에서 정산금을 받지 못한 이들이다. 만나플러스를 통해 일하던 라이더만 3만3천여명, 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던 배달대행 플랫폼 만나플러스로 인한 피해는 전국에 걸쳐 나타났다.
비대위가 추산하는 피해 규모는 최소 600억원에서 최대 900억원에 이른다. 가맹점주(음식점주)는 만나플러스 프로그램으로 현금을 충전해 가상화폐인 캐시를 받으면 배달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때마다 해당 캐시가 만나플러스 본사, 배달대행업체(총판), 라이더에게 각각 지급됐다. 총판과 라이더는 자기 계정에 쌓인 캐시를 추후 현금화해 인출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만나플러스가 출금정지를 공지하면서 가맹점주·총판·라이더 모두가 현금을 만질 수 없게 됐다.
전북 전주에서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최회영(39)씨도 현재 1억2천만원 정도의 캐시를 인출하지 못하고 있다. 최씨 표현에 따르면 “먹여 살릴 식구”였던 라이더 70~80명의 캐시를 받고 본사 대신 자신의 현금을 줬다. 7년 넘게 배달대행업을 하면서 인연을 맺어 온 가맹점주들의 캐시까지 최씨가 부담했다. 빚은 수억 원이 됐다. 오토바이를 구입하지 못하는 라이더에게 법인 명의로 리스해 줬고, 라이더가 내야 할 리스비를 자신의 캐시로 돌렸기 때문에 리스비도 인출하지 못하게 됐다. 중간관리자로만 일하다 지난 3월 사업자등록을 내고 이제 막 대표가 된 최씨에게 돈을 빌려 주는 곳은 없었다. 지인에게 돈을 빌리거나 집 보증금을 빼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 최씨는 “저랑 6년 넘게 일한 라이더나 가맹점 사장님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며 “다만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도와주는 사람이 없어 많이 힘들다”고 호소했다.
“정부, 피해자 금전 지원 나서야”
대책위 피해자 600여명은 지난달 조양현 만나플러스 대표를 검찰에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고소·고발했지만 조치는 더디다. 이상은 비대위원장은 “출금정지 사태 6개월이 지나도록 아무도 나서지 않아 피해자들이 고소·고발했는데도 조 대표에 대한 제대로 된 소환조사도 없는 것 같다”며 “구속조사 등 사법당국이 서둘러 조사를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남은 피해자 대부분은 총판장으로 도의적인 책임이나 사업적 이유로 라이더와 가맹점주들의 미정산금까지 떠안은 경우가 많아 피해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상태다. 피해자들이 ‘티메프’ 사태처럼 정부의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정부는 티메프 사태 당시 피해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대출 연장이나 한도 인상, 저리 적용 등의 지원책을 폈다.
경남 진주에서 배달대행업을 하는 강명완(32)씨도 “지역 신용보증재단 문을 두드려 봤지만 티메프 피해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어떤 지원도 받을 수가 없었다”며 “언론이나 우리끼리는 ‘배달판 티메프 사태’라고 하는데 정부 지원은 전혀 없어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이상은 비대위원장은 “총판장들이 라이더와 가맹점주까지 책임지면서 빚이 수억 원으로 불어 생계 곤란까지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사태가 길어지면서 금전적 지원이 시급한데도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