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조합원 영장 기각] 경찰 과잉진압에 무리수 구속영장 ‘반증’

민주노총 “중무장한 경찰이 집회 참가자 자극” … 정치권도 “경찰 행태 용납 못 해, 국회가 감시하자”

2024-11-13     이재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을 겨냥한 경찰의 몽둥이가 빗나갔다.

서울중앙지법은 민주노총의 지난 9일 서울 도심 윤석열 정권 퇴진 집회에서 경찰과 물리적 충돌을 빚어 폭행 혐의를 받는 민주노총 조합원 4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지난 12일 밤 기각했다. 구속 사유와 필요성·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신고된 범위를 벗어나 집회를 했고 경찰의 해산명령에도 따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단순히 신고 범위를 벗어났다는 이유로 불법집회로 단정할 수 없고 해산명령을 했다는 절차적 정당성만으로는 구속 사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민주노총은 즉각 성명을 내고 “총궐기 당일 경찰이 행진을 막았고 구속영장이 청구된 조합원이 행진한 경로는 경찰이 민주노총에 집회·시위 제한 통고를 거쳐 설정한 적법한 행진 경로였다”며 “경찰은 군사정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특수진압복·방패·삼단봉으로 중무장해 집회에 참여한 노동자를 자극해 충돌이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양경수 위원장 소환 강행할 듯

현장에서 체포된 조합원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민주노총 임원들을 겨냥한 경찰 수사가 주목된다. 서울경찰청은 9일 집회 직후 “체포된 노동자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 불법을 사전 기획한 민주노총 위원장을 사법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이번에 영장이 기각되면서 집회가 사전 모의됐다는 경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윤석열 정권 들어 민주노총은 퇴진 집회를 수차례 열었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자제해 왔다. 지난해 8월 건설노조의 1박2일 도심 집회나 지난 4월 금속노조의 투쟁선포식 과정의 도로 점거도 모두 구속영장이 기각된 상태라 ‘불법 모의’라는 경찰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어렵다.

오히려 경찰이 9일 집회를 무리하게 진압하려 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특히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현직 국회의원인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가 경찰에 구타당해 갈비뼈가 골절되고 집회 참여자 100여명이 부상을 당하는 등 과잉진압 정황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앙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관계자 소환은 강행할 것으로 보인다.

윤 정권 들어 위축된 노조 집회

윤석열 정권 들어 노조의 집회와 시위는 계속 위축돼 왔다. 서울시가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 집회를 원천 불허해 도로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이 과정에서 원활한 교통을 이유로 집회 대열을 끊거나 집회와 행진 장소를 협소하게 제한한 일이 반복됐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지난해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출퇴근 시간 집회와 경찰의 물리력 행사에 대한 면책특권을 강조하는 등 정부는 다수의 시민이 모이는 것 자체를 불온시하고 있다”며 “이번 집회에서도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는데도 처음부터 무장한 경찰을 배치한 것은 사실상 물리력 행사를 예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회에서도 질타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노총 집회에 대한 경찰 대응과 관련해 “경찰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라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무감각하고, 정권을 옹호하기 위해 정당한 주권 행사를 무력으로 억압하는 행태를 용서할 수 없다”고 각을 세웠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국민으로부터 외면받은 정부가 이제는 공안탄압이라는 녹슨 칼을 빼들어 거대한 촛불광장이 열리는 것을 막으려 한다”며 “정권의 공안탄압 음모를 막고, 정권 심판을 위해 광장에 나온 시민들을 보호하는 경찰폭력 국회의원 감시단을 제안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