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 권고에도 ‘채용요구’ 건설노조 조합원 4명 실형

의정부지법, 노사 부제소 합의에도 법정구속 … 결사의자유위 “건설 조합원 체포·기소·형 선고 없어야”

2024-11-13     이재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법원이 고용을 요구하며 사용자와 마찰을 빚은 건설노조 조합원 4명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우리 정부에 건설노조 활동을 보장하라고 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자유위원회 권고가 무색해졌다.

의정부지법은 12일 2021년 포천 한 건설현장에서 채용을 요구하며 공사를 지연한 조합원 유아무개씨에게 징역 2년6월을, 다른 3명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또 다른 조합원 1명에는 징역 1년6월과 집행유예,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들은 2021년 7월께 포천 한 건설현장에서 사용자쪽이 고용협약을 어기고 다른 노동자를 채용하자 공사장 앞 횡단보도에서 동전을 흘리고 줍는 방식으로 레미콘차량 진입을 방해해 공사를 지연했다. 노조 서울경기북부지부 관계자는 “갈등을 빚은 뒤 사용자쪽과 원만히 합의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상호제기하지 않기로 했으나 경찰이 지난해에 대대적인 건폭몰이(건설현장 불법행위 특별단속)를 하면서 다시 들춰 내 사법처리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시간이 상당히 흐른 점, 사용자쪽과 합의를 통해 송사를 제기하지 않기로 한 점, 조합원 2명은 구속상태로 수사를 받다 보석으로 풀려난 점 등 참작 여지가 많다고 봤으나 중형을 선고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ILO 결사의자유위는 지난 7일 권고문에서 건설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는 고용이 불안한 건설기능직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정부가 일방적으로 노사의 교섭 의제를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의 조합원 채용 요구를 불법으로 보고 요구 관철을 위해 활용한 쟁의 등을 불법시해선 안 된다”며 “자신의 요구를 협상하기 위해 평화적 단체행동을 조직했거나 작업장 산업안전 및 보건상 결함을 고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체포, 기소 또는 형을 선고받는 사람이 없도록 보장할 것”을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 의정부지법의 이번 판결은 이런 ILO 결사의자유위 권고문을 정면으로 거스른 셈이 됐다.

장옥기 건설노조 위원장은 “지난해 윤석열 정권의 건폭몰이에 대해 ILO 결사의자유위가 잘못됐다는 권고안을 전달했음에도 또다시 구속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빠른 시일 내에 노동자를 석방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