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준공영제 개선안, 반기는 건 사모펀드뿐?
재정혁신안 내놨으나 “오히려 사업주 이익 보장” 비판
서울시가 버스 준공영제 20주년을 맞아 ‘세금 수도꼭지’ 꼬리표를 떼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재정지원 방식을 사후정산에서 사전확정으로 바꾸고,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높이겠다는 게 핵심이다.
서울시 대책에 환영한 건 사모펀드 ‘바지사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뿐이다. 민간서비스에 의존하며, 사업주가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근본 원인을 내버려 뒀다는 점에서 오히려 사업주의 이익보장 방안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감히 준공영제서 돈 벌지 못하게”
오세훈 시장 직접 나섰지만
22일 서울시가 발표한 ‘서울시내버스 준공영제 20주년 혁신안’은 크게 △재정 △공공성 △서비스 분야로 나뉜다. 가장 주목이 쏠린 건 재정 혁신안이었다. 버스회사는 시 재정으로 적자를 메우면서도 매년 700억원 수준의 당기순이익을 내고, 배당성향이 60%에 달할 만큼 배당금 잔치를 벌여왔기 때문이다. 사모펀드가 최근 버스운송업에 뛰어드는 이유도 여기 있다.
시가 제시한 방안은 사전확정제다.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운송수지 적자분을 전액 보전하는 사후정산제에서, 다음 해 총수입과 총비용을 미리 정해 차액만큼만 지원하겠다는 게 시 설명이다. 표준운송원가의 85%를 차지하는 인건비·연료비의 경우 실비 정산이 아닌 상한선을 정해 보전하는 표준단가 정산제를 도입한다. 시는 이를 통해 약 500억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아울러 시는 사모펀드 진입을 막는 혁신안도 내놨다. 사전심사제도를 도입해 외국계 자본을 막고 국내 자산운용사도 설립 2년 이상된 곳에만 기회를 주는 방식이다. 이미 진입한 민간자본에 대해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 1개월분의 현금성 자산 상시 보유 의무화 등 규제를 통해 과도한 수익 추구가 불가능하도록 하겠다고 시는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민간자본이) 공공을 물렁하게 본 것”이라며 “감히 준공영제에서 (민간자본이) 돈 벌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사후정산 대신 사전확정제 도입
버스회사 뒷주머니 검증은 했나”
준공영제 문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크다. 사전확정제와 관련 이영수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사전에 정한 표준운송원가가 재정지원금 기준이 되기 때문에 현재도 사전확정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며 “재정누수 문제는 사업자들이 표준운송원가상 보유비를 빼돌려 막대한 당기순이익을 내고, 배당금 잔치를 벌인다는 건데 그 문제는 쏙빠졌다”고 지적했다.
김상철 공공교통네트워크 정책센터장은 “사전확정제는 기존 버스회사 지출을 전제로 설계된다”며 “기존 지출을 제대로 검증했는지부터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센터장은 “담당 공무원을 13명에서 4명으로 줄여 사전확정제를 하겠다는 건 민간사업주의 정산 부담과 행정의 검증 부담을 덜겠다는 담합과 같다”고 질타했다.
사모펀드 진입과 관련 이 선임연구원은 “배당성향 100% 초과 금지라면, 현재 70%에 달하는 민간사업주 배당성향은 용인하겠다는 것이냐”며 “사모펀드가 진입하는 근본 원인을 외면한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기존 버스회사들과 사모펀드가 결탁하면 지금의 대책은 전혀 쓸모없게 된다”며 “현재도 두 자본은 서로 결탁해 있다”고 비판했다.
결국 버스노동자가 부담을 떠안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유재호 서울시버스노조 사무부처장은 “시가 지원한 재정 범위에서 회사가 알아서 인력을 운용하라고 한다면, 전형적인 원하청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회사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이날 “(시 혁신안에) 큰 틀에 동의한다”며 “(사전확정제가) 합리적으로 정착될 경우 운송적자 누적이라는 악순환이 크게 개선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조합 이사장은 김정환 도원교통 대표다. 도원교통은 버스산업에 진출한 대표적 사모펀드인 차파트너스가 2021년 인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