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교공 사태 재현?] ‘타임오프 잔혹사’ 동참한 감사원

40개 공공기관에 10년치 노조 간부 주민번호 요구 노동계 반발에 뒤늦게 철회

2024-10-21     강석영 기자
▲ 자료사진 감사원

감사원이 공공기관 복무사항을 점검하겠다며 지난 10년간 노조 간부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서울교통공사 무더기 해고 사례처럼,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를 빌미로 노조를 탄압하려 한다는 비판이 거세자 감사원은 뒤늦게 자료 요청을 철회했다.

협의 중인 단체협약까지 제출 요구

20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감사원은 ‘공공기관 인력운영 실태조사’와 관련해 지난달 24일 40개 주요 공공기관에 자료 요구 공문을 보냈다. 13개 분야 44개 세부자료를 요구했는데, 이번 감사와 크게 관련 없는 노조 활동 자료까지 요구하면서 문제가 됐다.

구체적으로 복무사항 분야에서 최근 10년간(2014~2024년 8월) 노조 활동 현황을 요구했다. 노조 활동자의 성명·직급·노조 내 직위·활동 기간·타임오프 시간은 물론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까지 포함됐다. 최근 5년간 육아휴직과 병가 사용자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를 요구했다. 또 기본현황 분야에서 협의 중인 단체협약 조항을 제출하라고도 했다.

노동계에선 타임오프 제도를 이용해 노조를 탄압하려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윤석열 정부의 ‘노사 법치주의’ 기조 아래 고용노동부는 지난해부터 타임오프 위반 기획 근로감독을 벌여왔다.

근로감독 이후 타임오프 위반을 이유로 노조 간부들이 무더기 해고되는 사태도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5월까지 노조 간부 36명을 해고했다. 타임오프 협의상 정해진 시간·장소에 출근하지 않아 무단결근했다는 게 주된 사유다. 공사는 타임오프 한도를 정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4조4항 등을 근거로 들었는데, 국제노동기구(ILO) 전문가위원회는 결사의자유 관련 협약(87·98호) 위반이라고 지적해 왔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최근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징계사유는 인정된다면서도 해고는 과도하다고 봤다.

“감사원 자료요구, 무제한 허용 아냐”

양대 노총 공공기관 노동자들은 노동 3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감사라고 비판했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동대책위는 “감사원의 무소불위 권력남용이 도를 넘었다”며 “주민등록번호까지 포함한 개인정보를 요구하며 구체적인 목적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노조 간부가 잠재적 범죄자인가”라고 따졌다. 이어 “감사원의 공공노동자 사찰은 윤석열 정권의 노동탄압 연장선”이라며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 아프면 쉴 권리와 육아할 권리마저 위축시키는 노동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감사원이 감사원법상 ‘필요성’과 ‘침해의 최소성’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공연맹 법률원은 “감사원법에 따른 자료제출 요구는 무제한 허용되는 조치가 아니”라며 “해당 자료가 없어선 안 된다는 필요성, 감사에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쳐야 한다는 침해의 최소성이 지켜지는 범위 내에서 허용되는데, 이번 자료는 이 기준에서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반발이 거세자 감사원은 지난 18일 자료요청 방침을 철회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복무관리를 살펴보기 위해 자료를 요구했던 것”이라며 “자료 수집 단계에서 필요했었는데, 인력 비효율이나 조직 활력 저하 등 감사의 주 목적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판단해 무관한 자료는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감사원 스스로도 무리한 사찰임을 인식했는지 공식적 업무연락도 아닌 시스템 공지와 담당자 연락 수준으로 감사를 중단했다”며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