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도서발전 노동자, 한전 앞 결의대회
“한전, 하청노동자 쓰다 버리는 존재로 취급”
32도를 육박하는 기온. 아스팔트가 내뿜는 복사열에 숨조차 쉬기 힘든 20일 오전 9시 무렵 한전 본사 후문 앞에 200여명의 한전 하청노동자들이 모였다. 공원 앞 너른 공터를 배경으로 공사 본사 건물 한 채가 우뚝 섰다. 후문으로부터 꽤나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건물까지 하청노동자들의 외침은 닿을 듯 말 듯 했다. 그늘 하나 없는 4차선 도로 위에 선 노동자들은 얼음물을 들이켜 가며 원청을 향해 해고 철회를 요구했다.
“도서발전 업무, 섬주민 공공성과 삶 지켜”
지난 15일 해고자 신분이 된 한국전력공사 하청노동자들이 정규직화를 촉구하며 19일 세종시 산업통상자원부 앞 결의대회에 이어 20일 오전 전남 나주 한전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해고자가 된 이들은 후문 주변 나무들 사이마다 소원을 매듯 구호가 담긴 현수막을 걸었다. ‘계속되는 한전의 만행, 해고는 살인이다’ ‘한전은 불법파견임을 시인하고 있다. 도서발전노동자 즉시 직접고용하라’ 같은 문구가 담겼다.
후문을 둘러싸고 한참 동안 서서 “고용안정 쟁취”를 외치던 하청노동자들이 결의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아스팔트 바닥에 앉았다.
최대봉 공공운수노조 발전노조 도서전력지부장은 “우리가 왜 여기에 와 있느냐. 우리가 뭘 잘못했고, 무슨 죄를 지었느냐. 우리는 그저 한전에 해고당했다”고 외쳤다. 그는 “김동철 한전 사장은 불법을 저지르고 우리가 지치기를 원하겠지만 우리는 이까짓 아스팔트에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성규 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장은 “우리는 오늘 단지 나의 해고만을 철회하기 위해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며 “대한민국 70만명의 섬주민 공공성과 삶을 지키기 위해 여기에 모였다”고 강조했다.
다음주부터 상경투쟁
한전 규탄 목소리가 높았다. 이재동 지부 지도위원은 “노동자들을 쓰다가 불리하면 버리는 존재로 여기는 한전의 태도에 분노를 금할 길이 없다”며 “가족과 함께 생계를 유지하며 섬마을을 지켜온 도서발전 노동자들의 생계를 담보로 살인과도 같은 해고를 자행했다”고 비판했다. 지부는 다음주부터 서울 곳곳에서 해고 상황을 알리는 활동을 할 계획이다.
지부 노동자들은 14일까지 한전이 도서발전업무를 위탁한 민간업체 ㈜JBC에 소속돼 일했다. 지난해 6월 광주지법은 이들이 한전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되레 노동자들은 해고 위협에 처했다. 한전측이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 않고 자회사인 한전MCS로 전적함과 동시에 2심 소송을 취하하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다. JBC는 30여년 동안 한전과 도서발전 업무에 관해 수의계약을 맺어 왔는데 한전은 JBC와 독점적 수의계약이 위법적이라는 국무조정실 지적에 따라 위탁운영을 종료했다. 190여명의 소송인단은 한전의 소송 취하 제안을 거부하고 JBC와 한전의 계약 종료에 따라 해고통보를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