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는 피비노조와 한몸?” 허영인측 “개입 없었다”
황재복 대표이사 네 번째 증인신문 … “피비노조와 목표 같아 지원”
파리바게뜨 제빵기사들에게 민주노총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측이 식품산업노련 피비파트너즈노조와는 ‘협조’하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그룹 차원에서 노조 활동에 지배·개입하려는 의도가 없었다는 강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오히려 기업노조를 활용해 그룹을 운영했다는 측면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그룹이 피비노조 성명서 대신 작성 왜?
황 대표 “홍보 역할 지원, 협조에 불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승우 부장판사)는 20일 허 회장 등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 관련 8차 공판을 열고 황재복 SPC그룹 대표이사의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네 번째 증인신문으로, 허 회장측은 허 회장의 노조 대응 혐의 부인에 집중했다.
황 대표는 허 회장의 지시에 따라 노조 탈퇴를 종용한 인물로, 피고인인 동시에 핵심 증인으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3월 구속된 이후 단독 범행에서 허 회장 지시에 따른 것이란 취지로 진술을 번복했다가 재판에서 다시 말을 바꿔 진술의 신빙성에 의문이 생긴 상태다.
허 회장측 변호인은 이날 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이 아니라 피비파트너즈노조와 ‘공동’으로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활동에 대응했다는 취지로 증인신문을 유도했다. 또 허 회장의 노조 탈퇴 종용 혐의를 완전히 부인하는 데 화력을 쏟았다. 변호인단은 허 회장이 관련 사안을 보고받지 못하지 않았느냐는 내용의 질문을 황 대표에게 여러 차례 던졌다.
허 회장측은 사측에 우호적인 피비파트너즈노조를 활용했다는 의혹도 부인했다. SPC그룹 홍보실은 피비파트너즈노조의 성명서와 가맹점주협의회의 공문 초안을 작성해 피비파트너즈노조에 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관해 황 대표는 “회사와 피비파트너즈노조의 목적이 같아 (노조에) 부탁하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 아닌가”라는 허 회장 변호인의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변호인단은 언론의 비판 보도와 국회의 사회적 합의 이행 촉구 등 사안에서 그룹 대응 방식이 적절했다는 식의 질문을 이어갔다. 경향신문의 2021년 6월30일자 “파리바게뜨, 포상금 내걸고 민주노총 탈퇴 압박” 기사 대응 과정을 꼽았다. 당시 피비파트너노조와 식품노련은 해당 보도에 대한 반박 성명서를 배포했다.
이와 관련해 변호인단은 “한국노총 차원에서 성명서를 직접 작성한 것이지 회사가 지시한 것은 아니지 않느냐” “황 대표가 식품노련 위원장에게 같이 성명서를 내달라 부탁한 적이 없지 않으냐”고 물었고, 황 대표는 “네”라고 말했다. 특히 황 대표는 설명서 발표 전후 상황을 허 회장에게 보고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허 회장 개입엔 선 그은 변호인단
황 대표 “성명서·언론보도 보고 안 했다”
황 대표는 피비파트너즈노조의 홍보 역할을 그룹 차원에서 지원했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13일 공판에서 “협력적 노사관계 속에서 피비파트너즈노조에 언론 대응 역할이 없어 협조한 것”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전진욱 피비파트너즈노조 위원장의 언론 인터뷰 등에 관해서도 도움을 준 것일 뿐 허 회장의 개입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2022년 5월 KBS 시사직격의 노조 파괴 의혹 방송 방영에 대응하는 부분도 정당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황 대표는 취재 과정에서 세 차례 KBS를 방문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에 의문을 품고 질의했다. 재판장이 “KBS 방문 사실을 허 회장에게 보고했고 허 회장이 불만을 표출했나”라고 묻자 황 대표는 부인했다.
공소사실도 일부 부인했다. 허 회장이 국회 을지로위원회의 사회적 합의 이행 검증 요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을 보고받아 승인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해 황 대표는 “다른 부분이 있다”며 선을 그었다. 허 회장은 황 대표와 함께 2021년 2월~2022년 7월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570여명에게 지회 탈퇴를 종용한 혐의로 지난 4월 구속기소 됐다. 다음 공판은 29일 속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