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으로 남편 잃고 아들까지 보낸 대리기사 손 잡은 이들

카부기공제회 조합원들 십시일반 모금 … '위급한 서로' 돕자

2024-08-19     강한님 기자
▲ 카부기공제회

“저도 자식이 병원에서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지켜본 경험이 있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힘든 심정, 천당과 지옥이 교차하는 감정이 살아난 듯합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을 어떻게 전할지 모르겠습니다. 식사라도 한 끼 드시라고 조그만 성의를 보냅니다”

부산·울산·경남의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위급한 상황에 놓인 동료와의 연결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카부기공제회(카드라이브 부·울·경 대리기사 공제회) 조합원들은 위암으로 아들을 잃은 조합원에게 200여만원을 모아 건넸다. 이들은 월 1만원의 회비로 기금을 모아 서로에게 소액 대출과 병원비 지원 등을 하고 있다.

기금을 전달받은 조합원은 5년 전 배우자를 위암으로 떠나보낸 뒤 같은 병으로 투병하는 30대 아들을 4년째 돌보고 있었다. 병원비가 불어나자 그는 낮에는 숙박업소를 청소하고 밤에는 대리운전을 했다. 그래도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어 은행 대출은 물론 사채까지 빌려야 했다. 그의 아들은 부산대병원에서 서울 아산병원으로 호송됐지만 얼마 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 일을 알려지자 조합원들은 “우리가 있다, 희망을 잃지 말라”고 위로했다. “조금만 일찍 알았으면 서울 가는 길에 운전이라도 했을 것”이라며 아쉬워하는 조합원도 있었다.

김철곤 카부기공제회 공동회장은 “병원비가 한두 푼이었겠냐”라며 “우리가 공제회를 만든 이유는 좀 덜 힘든 사람이 좀 더 힘든 사람과 손을 잡기 위해서”라고 전했다.

김 공동회장은 “대리기사들은 낮·밤이 바뀐 삶을 살다보니 인간관계가 파괴된 사람들이 많다. 그런 것에 대한 외로움이나 절박함도 있다”며 “상황이 어렵고 힘들어도 없는 사람은 없는 사람 심정을 잘 알아 모금을 하면 조합원 동참이 줄을 잇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설립한 공제회 지금까지 대리운전 노동자들이 서로를 도운 금액은 1억원이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