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산재보험금 과다 지급, 법원 “부당이득 징수 안 돼”
“재해자, 근로복지공단 판단 신뢰 … 공익상 필요보다 경제적 불이익 커”
근로복지공단 실수로 산재보험금을 과다 지급했다면 부당이득으로 징수할 수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단독(김영민 부장판사)은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장해등급 및 부당이득 재결정처분 취소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일하다 허리와 무릎 등을 다친 A씨는 2017년 3월 공단에서 장해등급 6급 판정을 받고, 이듬해 2월부터 장해보상연금을 받았다. 공단은 2020년 2월 갑자기 장해등급 판정에 착오가 있었다며 8급으로 정정하고 부당이득금을 징수하겠다고 통지했다.
법원은 A씨에게 잘못이 없기 때문에 부당이득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김 부장판사는 “A씨에 대한 정확한 장해등급에 관한 조사 및 판단은 공단의 권한이자 책임으로 공단은 자문의 소견서 등을 통해 장해등급판정을 했다”며 “장해등급결정과 관련해 A씨에게 어떠한 귀책사유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김 부장판사는 “A씨는 공단의 판정을 신뢰하고 장해보상연금을 수령했고 그로부터 상당한 기간이 경과했다”며 “이 처분을 통해 급여를 환수하는 것은 A씨의 연령, 건강 상태, 경제 상황, 반환해야 할 액수 등에 비춰 A씨에게 상당한 경제적 불이익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잘못 지급된 장해연금을 부당이득으로 징수함으로써 형성되는 재정상의 이익 등 공익상의 필요가 A씨가 입을 경제적 불이익, 법률생활 안정의 침해 등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A씨를 대리한 박성민 변호사(법무법인 사람앤스마트)는 “장해등급 판정이 잘못 이뤄져 장해급여가 과다하게 지급된 경우에도 부당이득 징수 및 충당 결정을 통해 얻고자 하는 공익상 필요가 A씨가 입을 불이익을 정당화할 만큼 강하지 않다고 봐 부당이득 징수 및 충당결정이 위법함을 인정한 사례”라며 “특히 기존에 잘못 내려진 지급결정을 변경 또는 취소하는 처분이 적법하다고 해 그에 기한 부당이득징수 처분도 반드시 적법한 것은 아님을 재확인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