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솔직한 패키지여행 가이드
이은희 하나투어리스트노조 위원장
안녕하세요, 고객님.
해외여행에 대한 많은 관심과 문의에 감사드립니다. 여행을 계획 중이라고요? 그렇다면 지나치게 솔직해서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몇 가지 중요한 정보를 안내해 드릴게요. 20년간 여행 상담을 해 오면서 가장 자주 나오는 질문 세 가지만 뽑았어요.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7말8초에 여행을 가신다면, 정말 강철 체력을 가졌거나, 아니면 매운맛 여행을 즐기시는 분일 것입니다.
#질문 1 “7말8초에 가면 얼마인가요?”
꼭 이 기간이어야 하는지요? 고객님뿐만 아니라 다들 여름휴가는 7말8초에 가고 싶어 합니다. 이 기간을 피하고 싶어도 회사의 휴가 기간, 자녀의 방학 기간 때문에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면, 지갑은 단단히 채우세요. 7말8초는 명절연휴, 연말연시, 성탄절과 함께 3대 성수기입니다. 기본적으로 20%에서 30% 이상 가격이 뛴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또한 이 시기에는 한국인이 많이 찾는 외국의 유명 여행지에서 고된 스케줄로 피곤한 가이드를 만날 확률이 높습니다. 외국이지만 어딜 봐도 한국 사람들이 가득한 명소,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마주할 현실입니다. 팁을 드리자면 해외 패키지여행 비수기는 4월과 11월입니다. 여행사와 항공사들은 수요가 적은 이 시기에 맞춘 다양한 프로모션을 준비합니다. 이때를 공략하는 건 어떨까요.
#질문 2 어디가 좋아요?
20년 넘게 상담을 했지만, 지금도 난제입니다. 단골 고객님은 여행 MBTI(성향)를 알고 있어 수월하게 추천하겠지만 전화기 너머 처음 만나는 고객님의 여행 스타일이나 성향은 전혀 알 수 없죠. 그래서 추천하기 참 어렵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희망 날짜에 남아 있는 자리, 예산에 맞는 곳, 회사에서 꼭 팔아야 하는 상품을 추천할 확률이 큽니다.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고 싶다면 여행지만큼은 직접 고르기를 권장해 드립니다. 가능하면 일행과 꼭 서로 스타일에 맞게 여행지를 상의하세요. 특히 티격태격 없이 여행을 즐기려면 말이죠.
그래도 꼭 추천을 원하다면 장거리 비행이 부담스럽지 않은 경우 유럽이나 미주처럼 먼 지역 여행을 추천합니다. 중년 이상이라면 비행시간이 짧고, 입맛이 비슷한 동남아나 일본처럼 가까운 지역을 먼저 살펴보세요. 여행은 체력에 비례합니다. “노세, 노세, 젊어서 노세”라는 노래를 괜히 부르는 게 아닙니다.
저는 늘 여행기간이 제일 긴 패키지를 추천합니다. 대부분 패키지여행 상품이 3박5일, 4박6일인데 비행시간을 제외하면 현지 여행은 3박4일이 대부분입니다. 즐거운 곳에서는 시계가 빨라지는 법칙, 아시죠? 한번 간다면 최대한 긴 일정을 권장해 드립니다.
#질문 3 날씨는 어때요?
하, 글쎄요. 하늘나라 전화번호라도 알려드릴까요? 경험상 우리나라 날씨는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해외 날씨는 구글에서 확인하는 게 더 정확합니다. 현지 날씨를 체크한다면 온도뿐만 아니라 습도, 바람까지 챙기세요. 인터넷 여행카페에서 최근 다녀온 분들의 후기도 참고해도 좋아요. 사실, 이 질문은 날씨가 궁금해서라기보다 여행 기간 날씨가 좋길 바라는 마음이 보내는 ‘답정너’ 질문입니다. 저도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날씨는 ‘알 수 없음’이 정답입니다. 비가 오면 어쩔 수 없죠. 마음을 느긋하게 먹으세요. 어떤 드라마에서 도깨비가 “모든 날이 좋았다”고 했는데 고객님도 모든 날이 좋았으면 좋겠어요.
바쁜 고객님을 위한 4줄 요약
여름휴가, 특히 7말8초는 돈 많이 듭니다. 피할 수 있다면 비수기를 노리세요. 4월과 11월은 여행사의 프로모션이 많은 기간입니다. 여행지는 동행과 상의해서 결정하는 게 종습니다. 날씨는 예측 불가지만, 궂은 날씨에도 웃으며 여행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세요.
여러분의 여행이 즐겁고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