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기억’ 외국계 먹튀

한국와이퍼·지엠·씨티은행, 업종·지역 가리지 않아 … 외국인투자법 개정·노동법 강화 등 모색

2024-07-25     이재 기자

외국계 투자기업의 먹튀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국내 노동법상 노조와 노동자의 권리를 두텁게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국계 투자기업은 외국인투자 촉진법(외국인투자법)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세제혜택을 받는다. 외국자본을 유치해 우리나라에서 생산과 고용을 끌어올리기 위한 목적이다.

그러나 목적과 달리 먹튀 행각이 끊이지 않는다. 그나마 해결 실마리를 찾은 한국와이퍼를 비롯해  말레베어,  한국게이츠 등 다양하다. 소매영업을 철수한 한국씨티은행과 각종 은행·보험사도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한국지엠의 군산공장 폐쇄는 직접적인 노동자 피해 2천명을 넘어 지역경제 자체를 가라앉혔다는 평가다. 1996년 첫 가동한 한국지엠 군산공장은 많을 때는 전북도 수출의 30%, 군산시 수출의 50%를 도맡기도 했다. 공장 폐쇄에 따른 경제 영향은 군산지역 총생산량 16%( 2조3천억원) 감소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한국와이퍼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처럼 일본계 기업의 철수가 논란이다.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21대 국회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중심으로 규제 방안이 검토됐다. 그러나 이 제도 자체가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에 그친다는 점이 한계다. 한국 정부의 가이드라인 활용에 대한 미온적이다.

법률을 손보려는 노력도 있었다. 외국인투자법 개정 시도다. 이번 국회에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외국인투자법 개정안을 냈다. 김 의원은 <매일노동뉴스>에 “외국자본이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현금성 지원에 대한 환수 절차 등을 강화해 노동자가 한순간 삶의 터를 잃는 부작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반적인 노동법 강화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일본계 기업과 투쟁을 이끌었던 최윤미 전 금속노조 한국와이퍼분회장은 “해외자본이 우리나라에서 먹튀를 할 수 있는 배경은 국제적으로 대체 생산지가 있어 한국의 노동자나 노조가 파업해도 생산에 타격을 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내외국을 가리지 않고 단체협약 위반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강조하는 것을 포함해 노동법을 전반적으로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전 분회장은 “외투기업과 싸움은 버티는 것조차 어려운 싸움”이라며 “외투기업 먹튀 행각으로 말미암아 우리나라 노동법이 노동자에게 얼마나 취약한지 알 수 있었다”고 되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