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건강권 위해 시행하는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바꾸면서 노동자 의견 반영 ‘0’

지자체 24곳 유통상생발전협 회의록 “근로자는 이해당사자 아냐”

2024-07-23     임세웅 기자
▲ 자료사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공휴일이 아닌 평일로 변경한 지방자치단체 중 이해당사자인 노동자 목소리를 반영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지자체장이 의무휴업일 지정시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노동자는 이해당사자일 수밖에 없는데도 논의에서 배제된 것이다.

24일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한 서울시 동대문구와 서초구, 청주시·대구광역시·부산광역시를 포함한 24개 지자체에서 받은 유통상생발전협의회 구성과 회의록 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분석 결과 조사대상 지자체의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 244명 중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다. 공무원이 48명, 대형유통기업 대표 65명, 중소유통기업대표 83명, 소비자(주민)단체 28명, 전문가 19명, 기타 1명이었다.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는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지자체장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할 때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도출하는 기구다.

유통산업발전법상 협의회는 11명으로 이뤄진다. 지자체 부시장·부군수·부구청장을 회장으로 하고, 대형유통기업 대표 3명, 중소유통기업 대표 3명, 유통업무 담당 과장급 공무원, 주민단체 대표, 전문가, 대·중소유통 협력업체·납품업체·농어업인 등 이해관계자를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정 의원이 공개한 협의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노동자는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노골적으로 배제한 대목이 많다. 부산시 동래구 회의록에서는 “홈플러스 근로자 140명의 반대 의견이 있었다. 근로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일요일 휴무를 유지해 달라는 의견이나, 이해당사자에 근로자는 포함돼 있지 않다”고 나와 있다. 부산시 수영구 회의록에는 “조례에서 이해당사자 정의를 하고 있는데 대형유통기업 대표, 전통시장상인회가 이해당사자”라고 쓰여 있다. 서울시 서초구와 대구 북구·수성구·달서구 회의록에서도 비슷한 내용들이 나왔다.

유통산업발전법은 ‘근로자의 건강권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명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다. 이해당사자에 노동자가 포함된다고 풀이되는 부분이다.

정혜경 의원은 “지역소상공인, 소비자, 대형마트 점장, 전문가가 이해당사자인데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어떻게 이해당사자가 아닐 수 있느냐”며 “상생발전협의회에 노동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마트의 의무휴업일을 법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대규모 점포의 의무휴업일을 매주 둘째·넷째주 일요일과 설날 및 추석 당일로 일괄 지정하고, 백화점·면세점·아울렛 등을 영업시간 제한 대상에 포함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