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상품 원금손실 사태 방지하려면 인사제도 개편 필요”

금융경제연구소, 홍콩H지수 원금 손실 사건 분석 … “직원 희생양 삼아서는 해결 못 해”

2024-07-22     제정남 기자

금융회사 내부통제 기능 마비와 금융당국의 관리·감독 실패가 중첩하면서 고위험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원금 손실 사태가 반복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고위험상품을 판매해야 좋은 성과를 받는 핵심성과지표(KIP)를 개선하고 불완전판매에 대한 금융당국의 선제 대응 대책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21일 금융경제연구소의 ‘국내은행의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시스템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중심으로’ 보고서에 따르면 홍콩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원금 손실 사건과 관련해 7개 은행이 자율 배상 절차를 밟고 있다. 은행의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이 중재에 나서면서 배상 절차를 시작했다. 이런 모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9년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파생결합펀드(DLF) 사태를 계기로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제정되고, 금융기관은 금융소비자 보호 내부통제 제도를 도입했다. 노력이 무색하게 5년 만에 홍콩H지수 기반 ELS 손실이 발생한 셈이다.

연구소는 이번 사태의 원인으로 3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우선 고위험 금융상품을 내놓으면서 이사회와 산하 위원회의 통제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 우리·신한·KB국민·KEB하나 등 4개 은행의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를 살펴봤더니 고위험 상품 관련 사안을 언급한 이사는 단 한 명에 그쳤고, 횟수도 단 한 번에 그쳤다. 하나은행에서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비예금상품위원회, 소비자보호 내부통제위원회 등 지배구조 상 내부통제 제도의 운용이 활발하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부통제 역량이 약한 이유는 처벌 수준도 낮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를 포함한 위법행위를 하더라도 금융기관에 대한 과징금이 판매수익의 50%까지라 실효성 있는 제재로 볼 수 없다. 금융당국은 비이자수익 확대를 강조하면서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를 부추겼다. 은행 등은 고위험 금융상품 판매와 핵심성과지표를 연동하면서 직원들에게 판매를 독려했다.

연구소는 금융상품 판매와 관련해 경영진에 대한 상벌규정을 명확하게 하고, 금융당국의 효율적인 선제 대응 등 관리·감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김상배 연구위원은 “고위험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문제는 은행원에게 고도의 도덕성과 희생을 요구하는 방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며 “금융노동자에 대한 인사관리 제도의 구조적 위험성을 해결하는 것이 결국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길이다”고 말했다. 위험상품 판매를 독려하는 인사관리 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