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갈등 만들다 구속기소된 허영인 SPC 회장측, 재판서도 ‘노노갈등’ 주장

보석 바라는 허 회장, 재판부 “복귀시 증인 접촉 안 할 방법 제시해라”

2024-07-19     강석영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노노 갈등 구도를 만들다 구속기소된 허영인 SPC그룹 회장측이 재판에서도 노노 갈등을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승우 부장판사)는 19일 허 회장 등의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 혐의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지난 기일 황재복 SPC그룹(피비파트너즈 대표) 대표이사에 대한 검찰측 증인신문에 이어 이날 허 회장측 반대신문이 진행됐다.

사회적 합의 미이행도, 탈퇴종용도 ‘노노갈등’때문?

허 회장측 변호인은 “SPC그룹이 사회적 합의를 이행하려고 했으나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와 식품산업노련 피비파트너즈노조가 사이가 안 좋아서 합의 주체들이 만날 수 없었다”는 취지로 황 대표에게 질의했다. 검찰이 지회 탈퇴 종용의 배경으로 사회적 합의 이행 회피를 지목한 만큼 이를 반박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허 회장측은 사회적 합의 중 ‘상생화합의 장 마련’ 조항과 관련 피비파트너즈 사측이 두 노조와 함께 비전선포식 등을 진행하려 했으나 지회 반대로 불발됐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임종린 파리바게뜨지회장은 <매일노동뉴스>에 “두 번의 선포식 모두 참여를 제한받은 적 없다”고 말했다. 임 지회장은 “피비파트너즈노조에서 탈퇴 종용 작업처럼 제빵기사들의 직고용 거부 확인서를 강요했는데 어떻게 사이가 좋을 수 있었겠냐”며 “하지만 대화 자체를 거부한 적은 없다. 사측이 재판에서도 노노 갈등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허 회장측은 피비파트너즈노조 조합원수가 폭증한 배경에 노노 갈등이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복수노조 구도에서 피비파트너즈노조 관계자들이 세를 확장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 탈퇴 작업을 벌인 게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황 대표는 “본인들이 진행한 것도 있지만 회사에서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수를 줄이라며 탈퇴 종용을 지시한 부분이 더 크다”고 분명히 했다.

“패션파이브 집회·시위 이후 탈퇴 종용 가속화”

이 과정에서 허 회장의 탈퇴 종용 지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황 대표 진술이 공개됐다. 황 대표 진술과 증언을 종합하면, 2019년부터 파리바게뜨지회의 잦은 집회·시위로 화가 난 허 회장이 2021년 1월 말 황 대표에게 ‘조합원수를 줄여 집회·시위를 못하게 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파리바게뜨지회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집회·시위를 중단했다가 사회적 합의 이행 완료 시점을 앞두고 재개했던 상황이었다. 특히 같은해 2월6일 파리바게뜨지회가 파리크라상 주력 브랜드인 패션파이브 매장 앞에서 집회·시위를 벌여 허 회장이 해당 건물에서 예정된 저녁 약속에 못 가게 되자 황 대표를 크게 질책했다. 황 대표는 직후부터 매일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수를 보고받기 시작하고, 이를 허 회장에게 보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허 회장측이 요청한 보석에 대해 증거인멸 우려를 해소할 방안을 제시하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증거인멸을 우려하는데 현업 복귀시 허 회장 등의 회사 내 지위로 봤을 때 관련자들과 접촉을 피할 수 없다”며 “증인 접촉 금지라는 보석 조건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아닌가. 이를 어떻게 해결할 건지 의견서를 제출하라”고 말했다.

한편 SPC그룹에 수사 정보를 흘려주고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검찰 수사관과 백아무개 SPC그룹 전무는 이날 실형을 선고받았다. 수사관 김아무개씨에게는 징역 3년에 벌금 1천500만원, 뇌물공여 위반 등 혐의를 받는 백 전무에게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아울러 김씨에게는 추징금 443여만원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