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내수용 ‘출고 전 사전점검’ 불법파견 첫 인정
법원 “출고업무, 생산공정 마지막 단계” … “물류영역” 사측 주장 기각
현대자동차가 내수용 차량 출고 전 사전점검(PRS)하는 노동자들을 불법파견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이 법원에서 처음 인정됐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재판장 김도균 부장판사)는 최근 김아무개씨 등 16명이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김씨 등 7명은 현대글로비스와 계약하고 현대차 울산공장 내 출고·배송센터에서 출고·배송업무를 하는 2차 하청업체 소속이다. 출고업무란 생산이 완료된 자동차를 고객에게 판매하기 전까지 업무를 말한다. 김씨 등은 출고업무 중에서도 주로 고객에게 인도하기 전 세차, 타이어 공기압 조정, 지급품 투입, 임시번호판 부착, 점검 등 PRS(Pre-Release Service)업무를 했다. 노동자측은 김씨 등이 현대차 지휘·명령을 받아 일했다며 원청이 직접고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차측은 PRS업무에 대해 완성차 생산 이후 판매·물류 영역으로 현대글로비스의 독립적 사업이라고 맞섰다.
원청 전산시스템으로 업무 수행
원·하청 노동자 혼재 작업
1심 법원은 노동자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현대차의 상당한 지휘·명령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은 원청노동자의 아이디를 이용해 원청 전산관리시스템에 접속해 각 차량 정보를 파악하면서 세차장 투입 업무 등을 수행하고, 그 결과가 곧바로 원청 전산관리시스템에 반영된다”며 “원청은 이를 통해 김씨 등의 업무수행 결과를 실시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현대차가 PDA(바코드 스캐너) 사용과 TAG(차량 목적지 나타내는 스티커) 업무 매뉴얼을 제공하고 시간대별 생산대수와 차량 정보를 관리한 점도 근거로 언급했다.
재판부는 출고업무가 원청 자동차 생산공정의 마지막 단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이 수행한 출고·배송업무 선후 과정에 원청노동자의 담당업무가 혼재돼 있다”며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함께 업무를 수행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울산출고센터의 경우 원청노동자가 차량을 인수대기장으로 가지고 오면, 하청노동자가 TAG를 부착하고 차량을 다시 원청노동자가 치장장으로 이동시켜 놓는다”며 “그 후 출고요청이 있으면 원청노동자가 차량을 PRS 작업동에 가져다 놓고, 하청노동자가 차량에 대한 세차 등 PRS작업을 수행한 다음, 점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원청노동자가 조치를 취한다”고 짚었다. 이어 “PRS 작업이 끝나면 원청노동자가 차량을 고객인도장으로 이동시킨 뒤 출고확인서와 출고서류를 출력해 놓고, 하청노동자가 후속 작업을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김씨 등이 울산공장 사내에 있는 울산출고·배송센터에서 근무해 직접생산공정 속도와 흐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며 “출고업무의 작업량이 고객이 정한 출고일정에 따른 출고량에 연동될 여지가 상대적으로 큰 각 지역 출고센터와 구분되는 사정”이라고 봤다.
“출고업무, 판매준비뿐 아니라 최종점검까지 해”
출고업무는 간접공정인 물류영역이라는 사측 주장에 재판부는 “출고업무 중 판매를 위한 준비단계뿐 아니라 차량을 최종 점검하고 그 결과 이상이 발견되면 다시 울산공장으로 돌려보내는 작업 또는 타이어공기압 조정, 임시번호판 부착, 시트 투입 등 차량으로 완전한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부수적 작업들이 포함돼 있다”며 “생산공정 마지막 단계로 봐야 하지, 차량 판매를 위한 후속 단계에 불과하다고 할 수 없다”고 기각했다.
김씨 등을 대리한 조세화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출고업무 역시 원청 사업에 필수업무로 판단하며 생산공정처럼 컨베이어벨트에 직접 연동되진 않았지만 완화된 형태로 연동돼 있다고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수출용 차량 출고업무는 치장장에서 선적장으로 배송하는 업무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 불법파견이 인정됐다. 내수용 차량 출고업무는 이번 선고에 앞서 전주공장 PRS노동자들이 불법파견을 인정받았다. 울산공장 PRS뿐 아니라 출고업무 전 과정에서 근로자지위 확인을 구하는 사건이 다음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