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글라스 사내하청 ‘불법파견 확정판결’
대법원 형사소송서도 유죄 인정 … ‘노조결성 뒤 계약해지’ 부당노동행위는 기각
아사히글라스(현 AGC화인테크노한국) 사내하청 불법파견이 9년 만에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11일 오전 아사히글라스 비정규직 22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 형사소송 상고심에서 모두 노동자 손을 들어줬다. 다만 노조 결성 뒤 해고당한 것은 부당노동행위가 아니라며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을 뒤집었다.
재판부는 피고(아사히글라스)가 사내하청 노동자 22명에게 구속력 있는 업무상 지시를 하면서 사업에 편입시켰다고 봤다. 사내하청업체가 원청인 아사히글라스의 지시를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전달하는 정도에 그친 점과, 원청의 지시에 따라 노동자를 채용해 배치하고 휴게시간과 휴가까지 관리·감독을 받은 점 등을 인정했다.
2심인 대구고법이 뒤집었던 형사소송도 파기환송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파견법 위반을 인정해 불법파견 사건 최초로 징역형을 판결했지만 대구고법은 근로자파견 관계를 부정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대법원은 근로자파견관계가 확인된다며 파기환송해 대구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부당노동행위는 인정하지 않았다. 사내하청 노동자 22명은 아사히글라스가 사내하청업체와 계을 해지하고 노동자를 해고하도록 한 것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라고 구제신청을 했고 중노위 역시 이를 인정했다. 그러나 원심은 아사히글라스가 사내하청 노동자 22명을 실질적으로 고용한 사용자가 아니고, 설령 사용자라고 해도 도급계약 해지에 정당한 사유가 있어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사용자성을 부정한 것은 적절하지 않으나 부당노동행위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노위의 상고를 기각했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은 이날 판결 뒤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사·형사 판결 결과를 환영하면서도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되지 않은 대목에 아쉬움을 표했다. 차헌호 금속노조 아사히글라스비정규직지회장은 “조합원과 연대한 동지들이 많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며 행복하다”면서도 “노조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돼 10년간 거리에서 해고자로 투쟁했고, 누가 봐도 원청의 노조파괴 행위이고 실제로 노조파괴 기획과 활동 방해 증거 등이 있었는데도 대법원이 인정하지 않아 아쉽다”고 지적했다.
노동자를 대리한 탁선호 변호사(법무법인 여는)는 “(부당노동행위 관련) 오늘 판결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2조의 사용자성 개념을 확대해야 하는 필요성을 드러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