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언제까지] 환자들 “의사가 환자 죽인다”
환자·보호자 300명 시위 … 흔들리는 의협 리더십
정부와 의사단체의 끝 모를 대립 속에 환자들 피해가 커지고 있다.
4일 오전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와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등 102개 환자단체가 주최한 의사 집단휴진 철회 및 재발방지법 제정 환자촉구대회에 환자와 보호자 300명이 모여 정부와 의료계를 비판했다.
참가자들은 환자를 방치한 의사를 규탄했다. 이날 집회에 나선 김정애씨는 “환자가 없으면 의사도 필요 없고, 국민이 죽으면 국가도 필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는 희귀병인 코넬리아드랑게 증후군을 앓는 딸을 두고 있다.
곽점순 한국유방암환우총연합회장은 “(의사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지 않았느냐”며 “환자를 살리는 의사가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 하루속히 돌아오라”고 촉구했다.
의협회장 “정부 일방통행이 의료붕괴 초래”
그러나 의사단체는 여전히 정부에 각을 세우며 복귀를 거부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에서 열린 의료정책연구원 창립 기념 포럼에서 또다시 정부를 공격했다. 임 회장은 “정부는 일방적으로 의대 정원 증원을 밀어붙였고 법적 문제도 일으켜 의료계의 거센 저항을 유발했고 의료붕괴를 초래했다”며 “의정갈등이 풀리지 않는 근본 이유는 법적 문제를 정부가 자의적으로 집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법적 문제 예시로 든 것은 전공의와 의대생에 대한 복귀명령 등이다. 임 회장은 “의대 정원 증원을 막기 위해 발 벗고 나선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본업을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법적 조치를 협박했다”며 “의협과 의협 임원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등 위법한 탄압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 회장의 리더십은 위협받는 실정이다. ‘의료계 한목소리’를 강조하지만 대한전공의협의회와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는 사실상 의협과 결별했다. 특히 학생협회는 최근 낸 성명에서 “무능·독단의 의협회장은 의료계를 멋대로 대표하려 하지 말라”고 직격했다. 의협이 호기롭게 강조했던 지난달 18일 집단 휴진도 정부통계상 14.9%(의협 추산 50%)에 그치면서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다.
다만 이런 상황이 정부에 호재로 보긴 어렵다. 현재 의료공백의 핵심직군인 전공의들은 2월 집단 진료거부 당시 내건 정원 증원 재검토를 비롯한 8대 요구안을 고수하고 있고, 의협은 3대 핵심요구를 앞세워 대화상대를 정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2천명’ 증원 근거 못 내놓은 정부
게다가 정부가 추진한 의대 정원 2천명 증원도 사실상 근거가 미약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지난달 26일 실시한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서 의대 정원 증원 필요성을 언급한 보고서 등에서 구체적 증원 규모를 제안하는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공공의대 설립과 지역의사제가 또 다른 쟁점으로 형성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 71명은 2일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다. 졸업생이 10년간 의료취약지 소재 기관에서 의무복무하는 게 뼈대다. 이밖에 대학의 지역의료 선발 전형을 통해 졸업 후 10년간 의료취약지에서 의무복무하는 ‘지역의사 양성을 위한 법률안’도 발의됐다.
그러나 정부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공공의대법 제정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국일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반장(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공공의대 추진 목적인 지역·진료과목 불균형 해소와 공공병원 의사 확충은 정부 의료개혁 과제로 이미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법안 추진에 반대하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