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에 택배물량 주지 마세요”
CJ대한통운 대리점 잇단 노조탄압 의혹 … “노조 생기자 일감 뺏고, 퇴사 종용”
“집하를 다른 분을 보내드리려고 해요. 제가 전화 왜 드렸나면, 제가 그렇게 하라 했다고 하면 회사가 노조탄압이 돼 버려서…, 그렇게 이야기해 주셨음 좋겠다. ‘노조 들어갔다는 이야기 들었다. 나는 노조에 들어간 사람한테는 택배 보내기가 좀 불안하다’고. 뉴스에도 나오잖나, 노조들이 물건 빼돌리기도 하고 그러니까. 그런 것 땜에 걱정돼서 그런 거지 걔(노동자)를 나쁘게 보는 게 아니라고.”
CJ대한통운 신향남대리점 윤아무개 대리점장과 집하업체 사장의 통화 녹취록이다. 노조에 가입한 택배기사에게는 택배물품을 주지 말라고 대리점장이 집하업체 사장에게 부탁하고 있는 내용이다. 이 통화는 올해 4월1일에 이뤄졌는데, 그날은 택배노조 CJ화성b터미널지회가 결성된 날이다.
남희정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장은 4일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녹취록을 공개하며 “대리점에서 부당노동행위가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2년 전 노조 와해된 대리점 “같은 방식으로 또…”
녹취록에 나오는 “걔”는 홍사현 CJ화성b터미널지회장과 박상규 부지회장이다. 홍 지회장과 박 부지회장은 집하처에서 일거리를 받지 못했다. 택배기사는 집하처에서 화물을 한 건 접수할 때마다 건당 단가를 받는다. 홍 지회장과 박 부지회장은 노조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임금이나 다름없는 물량을 뺏긴 셈이다.
이들이 지회를 만든 이유는 대리점의 부당행위를 목격하면서다. 2년 전 택배노조 화성지회가 있었는데 대리점주 윤씨가 이를 와해했다는 것이 지회 주장이다. 당시 조합원들은 대리점주와의 법률 분쟁으로 지쳐 있었고, 대리점주 윤씨는 고소취하 조건으로 계약해지를 내밀었다. 조합원들은 이를 받아들였고 화성지회는 사라졌다.
부당행위는 그때부터 시작됐다. 노조가 사라지자 택배기사가 받는 건당 수입 중 대리점이 떼 가는 수수료는 10%에서 15%로 뛰었다. 물품을 쉽게 배달할 수 있는 아파트 배달구역이 지난해 가을 새로 생기자, 원래 그 구역에서 일하던 택배기사가 나가고 그 자리에 대리점주 인척이 채워졌다.
이를 참지 못해 노조를 만들자 압박이 가해졌다. 집하처를 손실했을 뿐만 아니라 법적인 분쟁에도 휘말릴 태세다. 홍 지회장이 집안일로 배송업무를 하지 못했던 지난달 28일과 29일, 홍 지회장은 조합원들에게 대체 배송을 부탁했다. 물건은 홍 지회장 부모님이 날랐다. 윤 점장은 홍 지회장 부모님이 절도를 했고, 홍 지회장에게 위·수탁계약을 위반했다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터미널에서 물건을 가져간 것이 절도에 해당하고, 배송구역에서 본인이 아닌 다른 사람이 배송한 것은 또다시 업무위탁을 한 것으로 봤다.
홍사현 지회장은 “2년 전처럼 이제는 제가 고소고발 위협을 받고, 퇴사하면 취하해 준다는 협박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무용 단체 채팅방서 복수노조 논의
“목적은 1노조” “민노 없애기” “다 죽여버려”
노조는 윤 대리점장이 노조를 혐오해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본다. 실제로 이날 노조가 공개한 업무용 단체 채팅방에서는 대리점장과 비조합원 기사들이 “(복수노조를 만드는) 목적은 1노조가 돼서 쟁의권을 뺏기지 않는 것” “민노 없애기” “OO가 짱 하고 OO가 부짱 해” “다 죽여버리자”와 같은 이야기가 오갔다.
4월 지회가 생긴 뒤 신향남대리점에는 다른 노조가 만들어졌다. 윤 대리점주가 실제 일하지 않는 가족들을 택배기사인 것처럼 꾸며 새 노조에 가입시키고, 조합원 조합비를 대납하고 있다고 택배노조는 주장하고 있다. 현재 대리점에서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밟고 있는데, 8일 교섭대표노조 공고가 날 것으로 보인다.
<매일노동뉴스>는 CJ대한통운 신향남대리점쪽 입장을 듣기 위해 유선으로 연락을 취하고 메모를 남겼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