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희오토 불법파견 소송] 2심도 “원청 작업표준서, 구속력 있는 지시 아냐”

“도급계약 목적 달성 위한 정보전달일 뿐” … 노동자측 “대법원 판례에 반해”

2024-06-30     어고은 기자
▲ 자료사진 매일노동뉴스

최근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제기한 불법파견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 이어 사측 손을 들어줬다. 1심과 마찬가지로 원청이 작성·배부한 작업표준서 등을 상당한 지휘·명령의 근거로 판단하지 않았다. 도급계약 목적 달성을 위한 정보 전달일 뿐 업무수행 자체에 대한 구속력 있는 지시를 한 것은 아니라고 본 것이다.

대전고법 민사2부(재판장 문봉길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동희오토 사내하청 노동자 15명이 동희오토 주식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노동자쪽 항소를 기각했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작업표준서 등에는 피고의 사업장에서 인쇄된 것으로 보이는 워터마크가 존재하고 각 공정별로 작업의 순서나 방법 등 세부적인 작업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기는 한다”면서도 “피고가 작업표준서 등을 직접 작성·배부했다거나 작업표준서 등으로 사내협력업체를 대신해 원고들에게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또한 “설령 작업표준서 등을 작성·배부해 원고들이 그 내용에 사실상 구속돼 업무를 수행했다고 보더라도 그 내용은 도급인이 도급에 대한 품질요건 등을 사전에 정한 것으로 보일뿐이고 이를 넘어서 피고가 사내협력업체가 수행하고 있는 모든 공정에 관해 위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의 구체적인 작업 방식까지 세부적으로 결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봤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민사1부(재판장 김용찬 부장판사)도 올해 1월11일 원고가 제출한 작업표준서, 사양서, 운영계획서 등 자료를 개별적·구체적 지휘·명령 행사의 근거로 판단하지 않았다.

1심에 이어 2심도 대법원 판례에 반하는 판단을 내렸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노동자를 대리한 강빈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는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작업표준서,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의 작업 순서나 작업지시서 등은 (사용사업주로부터) 상당한 지휘·명령을 받았다는 근거로 보고 있다”며 “작업지시서 등을 보면 작업을 처음하는 사람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세분화돼 적혀 있는데, 이를 단순히 일의 완성을 위해 정보 전달을 한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100% 비정규직 공장’이라는 특수성에 대해서도 “장소(원·하청 간 공간적 분리)나 (정규직과) 혼재 근무와 상관없이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유기적으로 하나의 작업집단으로 상시적 업무를 수행했다면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